- 가해자 누명 벗은 장동익 씨
- “당시 내게 가혹행위 한 경찰
- 출소해보니 집 근처서 근무
- 단 한 번도 사과 받은 적 없어”
- 최인철 씨도 “경찰 공개 원해”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고 감옥에 들어갈 때 저는 33살이었고, 딸은 2살이었습니다. 감옥에서 나와 보니 딸은 23살이 되어 있더군요. 그 세월을 지킨 아내도 50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서 발생한 ‘낙동강변 살인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승용차. 국제신문 DB

4일 오전 부산법원청사 주차장. 이날 낙동강변살인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장동익 씨가 과거를 더듬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21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그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입증받는 것이 일생의 숙원이었다. 가혹행위를 동반한 수사가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대검 과거사위원회의 ‘사건 날조’ 결과를 거쳐 재심 무죄 선고에 이르는 고행을 겪는 동안 들끓던 울화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장 씨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가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과조차 않는 경찰들이다. 그는 “출소 후에 보니, 내게 모진 행위를 일삼았던 경찰관 일부가 집과 가까운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며 “재심이 결정된 이후에는 경찰을 용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찰의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강압·날조수사의 직접 피해자인 그는 “100명의 진범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 대해서도 “경찰이 조사한 것을 그대로 믿어 공소장을 만들 게 아니라, 정확한 확인을 거쳐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누명을 썼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최인철 씨는 “무죄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 며칠 잠을 못 잤다”며 “누명을 벗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찰에 대한 최 씨의 적개심은 장 씨보다 훨씬 깊었다. 살인자로 낙인 찍힌 그는 21년의 억울한 옥살이 중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고문 경찰관들에 대해 “그자들을 어떻게 용서하겠나. 그들은 악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재심 과정에서조차 가혹 행위를 가한 사실을 부인한 경찰들이 그의 원념을 더욱 키워놓은 듯했다.

그는 이날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도 “고문한 경찰관 공개를 원한다. 왜 피해자는 공개하면서 가해자는 공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누명을 벗은 이들은 고문 경찰, 국가 등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