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관로 인한 사고 예방에 주력
- 작년 삼락동 지반 10m 침하 등
- 공사장 안팎 대규모 사고에 허점
- 지하수 수위변동 공사 반영 절실
- 지하안전영향평가 관리감독 미비
- 시공사, 물 조금 새더라도 강행
- 지표투과레이더 탐사 의무화를
상당수의 지반 침하는 하수관이 손상된 탓에 일어난다. 침하 정도가 크지 않아 관리가 어렵지 않다. 부산시는 2018년 8월 지하안전팀을 조직해 꾸준히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지난해까지 시는 매설된 지 30년이 넘은 하수관로와 도시철도 구간, 간선도로 등을 중심으로 3243㎞에 걸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시행했다. 지난해에만 1037곳의 공동을 발견해 현재 792곳(76.37%)을 복구했다. 또 2015년부터 2030년까지 2단계에 걸쳐 노후관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굴착공사로 인한 지반 침하는 피해가 크고 관리도 만만치 않다. 2014~2020년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108건 중 규모가 컸던 사고 1~3위는 모두 ‘주변 건축공사’가 침하의 원인이었다. 지하수 수위가 매월 변동하는 탓에 땅 아래 깊이 터파기가 이뤄지는 공사장은 꾸준히 수위 변동을 확인해 이를 공사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처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얼마나 준수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대규모 지반 침하는 모두 터파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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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인근 건축 공사장의 터파기 공사 영향으로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서 부산 강서구 송정동 경남은행 녹산지점 건물이 기울어진 모습(위)과 지난 28일 복구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경남은행 녹산지점 주차장.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지난해 3월 18일 사상구 삼락동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는 가로 50m, 세로 50m, 깊이 10m로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이곳은 ‘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교량 공사 현장이었는데, 터널이 붕괴되면서 땅이 내려앉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여전히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에 앞서 조사 용역을 수행한 한국지반공학회는 ‘피난연락갱 굴착 중 지하수 유출로 인한 터널 하부 및 측면 공동 발생’을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해당 사고는 설계와 시공 모두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터널 붕괴 10일 전 이미 터널에는 균열이 나타났다. 지난해 2월에는 지하수 관리 기준을 넘겨 물이 차오르는 상황이었다. 또 사고가 난 곳의 피난갱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검토를 받지 않았다.
두 번째로 침하 규모가 컸던 사고는 지난해 6월 3일 강서구 송정동에서 발생한 경남은행 녹산지점 주차장 침하다. 당시 가로 40m, 세로 40m, 깊이 0.75m 규모로 침하가 발생했다. 땅이 가라앉으면서 은행 건물이 기울기도 했다. 이 사고 또한 원인은 ‘주변 건축 공사(삼정그린코아 더시티) 현장 내 흙막이 누수로 인한 인접 지반 침하’였다.
침하 규모 3위는 2019년 4월 22일 강서구 명지동 3589-5번지 일원 도로에서 발생했다. 가로 27m, 세로 13.4m, 깊이 1.4m 규모의 침하가 발생해 명지신도시 주민을 불안에 빠트렸던 이 사고 역시 인접 건축 공사장의 지하 터파기로 지하수가 유출돼 생긴 침하로 판정됐다. 2, 3위 사고의 시공사는 모두 ㈜삼정이었다.
■市, 건축주 눈치 강력 대책 못 꺼내
2018년 ‘지하안전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10m 이상의 터파기가 필요한 공사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착공한 후에는 사후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토부와 관할 지자체장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부산지역 대형 지반 침하 사례에서 보듯 설계·시공 단계에서의 관리 감독 미비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는 공사 현장에서 실제로 지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한 방침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에 의문표를 달고 있다. 부산대 임종철 명예교수는 “지하수 유입을 막으려면 차수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차수 조처를 철저히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물이 조금 새더라도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시공 단계에서 차수공 추가 설치의 필요성이 발견돼도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돈이 든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 금천구, 은평구처럼 지하 수위 아래까지 터파기가 진행될 경우 반드시 GPR 탐사를 받아야 건축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시는 이 같은 방법을 시행하면 행정 절차의 장기화 등으로 건축주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의 지반 침하를 예방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건축업계의 불편 사항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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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의 규모를 나타냈다. 색깔이 붉을수록 규모가 크다. 지난해 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사상구가 가장 붉다. 단위 = ㎥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