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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청년 공생 실험 ‘동거이몽’에 좌절

집 있는 노인·집 없는 청년 매칭, 돌봄효과·값 싼 월세 ‘윈윈’ 노린 부산시 공유주택 리모델링 사업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0-12-30 22:02:0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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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차이·월세 불만 극복 못 해
- 계획된 4년 못 채우고 조기종료

살 곳이 필요한 청년과 거주 공간에 여유가 있는 노인을 매칭해 주거 지원과 공동체성 회복을 노린 부산시의 공유주택 정책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 노인에게 가족을, 청년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거를 제공하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부를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부산시 제공
시는 2018년 시작한 ‘부산 청년 우리집’ 사업(국제신문 2018년 1월 29일 자 5면 보도)을 내년부터 중단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사업은 자택 공간에 여유가 있는 노인(만 60세 이상) 소유의 집을 시가 리모델링해 여러 명이 입주할 수 있는 공유주택으로 단장하고, 만 18~29세 청년들이 이 집에 세를 들어 살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시는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주변 원룸에 비해 저렴한 월세를 책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까지 사업비 3억5500만 원을 들여 금정·수영·사상구 등지 주택 6채(방 28개)를 리모델링했고, 청년 37명이 이들 공유주택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책 목표인 노인과 청년의 ‘아름다운 동거’로 이어지기엔 현실의 벽이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 내의 불협화음이었다. 소유 주택에 애착이 큰 노인과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청년 세입자 사이에 갈등이 자주 일었다. 리모델링을 거쳐 새단장을 하더라도 일반 원룸과 비교해 주거 환경 수준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월세 낮추기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부산지역 대학가 원룸의 보증금은 500만~2000만 원, 월세는 35만~45만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시는 사업을 통해 보증금을 최고 500만 원으로 낮추고, 월세도 13만 원 수준으로 조정하려 했지만 실제 월세는 19만 원 선에서 책정됐다. 시 관계자는 “집 주인 대부분이 보증금을 낮춰 월세를 올리는 것은 선호했지만, 반대로 월세를 낮추는 대신 보증금을 높이는 데는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지난해부터 공유주택을 선정할 때 ‘노인이 실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완화하고 빈집을 물색했다. 하지만 전문가 간담회와 시의회로부터 1실 조성 및 운영비가 1000만 원 수준으로 민간(400만 원)보다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고민 끝에 애초 4년간 시행할 계획이던 이 정책을 3년 만에 중단하고 대체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있는 공유주택은 2022년 2월까지 계약을 연장해 유지할 방침이다. 부산참여연대 최동섭 지방자치본부장은 “평생 남으로 지낸 이들이 한집에 살게 될 때 생기는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했다”며 “특히 정책을 통해 청년을 지원하면서, 대상 청년에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거나 기대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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