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교육청 불리한 잣대 적용
- 심의서 탈락” 재량권 남용 판단
- 전국 9곳 영향… 교육청은 “항소”
부산 해운대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지정취소 처분에 반발해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교육당국의 ‘재량권 일탈’이 관건이었는데 1심은 시교육청이 해운대고에 불리한 평가 잣대를 적용한 탓에 자사고 지정 심의에서 탈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비슷한 취지로 소송 중인 전국 10곳 자사고 가운데 가장 처음 나온 것으로 이어질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산 동산고와 서울 8개 자사고도 교육청이 자의적으로 평가기준을 높여 지정취소가 이뤄졌다며 소송을 낸 상황이다.
부산지법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해운대고의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0일 판결문을 보면, 자사고 지정을 위한 평가지표 설정에 시교육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었느냐를 놓고 소송 당사자가 공방을 벌였다. 해운대고는 지난해 5월 시행된 평가에서 자사고 지정 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 70점을 넘지 못했다. 해운대고 운영성과 성적이 54.5점인 탓에 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의결하고,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 같은 해 8월 자사고 지정 취소를 해운대고에 통보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평가 직전에 지표가 갑자기 신설되거나 변경돼 원고가 미처 대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가 2014년 60점 이상에서 2019년 70점 이상으로 10점 상향된 것은 자사고 지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2019년 평가를 앞두고 시교육청이 변경된 기준 점수를 2018년 12월 31일에야 해운대고에 통보해 변경된 기준에 맞춰 학교를 운영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또 감사 등 지적에 따른 최대감점을 2014년에는 3점을 적용했지만, 2019년에는 12점으로 확대했고 이를 뒤늦게 알린 점도 해운대고에는 아주 불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종전에 최고등급을 받았던 ‘순세계 잉여금’ 항목을 갑작스럽게 최저등급을 받을 정도로 평가지표를 변경해 원고가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범위 내 평가기준 강화를 넘어섰다”며 시교육청의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가 컸다고 판결했다.
갑자기 바뀐 평가지표가 아닌 과거 지표가 적용됐더라면, 해운대고는 54.5점(2019년 평가)+9점(2019년 감점 12점-2014년 최대감점 3점) 등 63.5점을 얻어 지표 변경 전 기준점수인 60점을 충족해 자사고 지정 연장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부산지법의 판단이다.
시교육청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지정 취소는 공정하게 평가해 결정한 것인데 의외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을 입수해 면밀히 분석한 뒤 쟁점 사안을 검토 보완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