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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2020 부산청년주간’ 종료를 자축하는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짚는 한편 앞으로의 청년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심범 기자 |
어느 순간 영도는 부산에서 가장 고령화됐지만, 바다에 꿈을 실으려는 청년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부산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청년 40여 명이 영도구 봉래동 ‘무명일기’에 모였다. 1959년 지어진 낡은 항만창고를 문화가 흐르는 장소로 새로 단장한 곳이다. ‘이름이 없다’ ‘유명하지 않다’는 뜻인 동시에 모두의 일상이 쓰이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무명이란 이름을 붙였다. 60년 전 선배 청년이 청운의 꿈을 키웠지만, 이제는 녹슬고 새까매진 공장으로 가득한 영도에서 청년은 파티를 열었다. 지난달 22~26일 열린 ‘2020 부산청년주간’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음식과 술, 음악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의 ‘파티’였다. 하지만 마냥 들뜨지는 않았다. 잔치 속에서도 이들은 ‘어떻게 해야 청년의 목소리를 사회에 제대로 전할 것인가’를 논의하며 청년정책의 전환, 더 나은 청년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나도 내 얘기를 할 수 있군요”
“지금까지는 그저 혼자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어요. 이런 자리가 없었다면 제 얘기를 할 수도, 다른 사람 얘기를 들을 수도 없이 계속 혼자 살았을 겁니다.”
청년 주거 세션에서 1인 가구 생활이 주는 고충을 공유한 이슬기 씨의 소회에는 울림이 있었다. 내 고민은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우리가, 청년이 함께 처한 문제였다. 고립된 세계에서 자기 처지나 능력을 탓하며 외로움에 빠질 필요가 없다. 서로의 고충을 같이 말하고,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 이럴 때 ‘청년’은 만 18세부터 34세까지라는 법적 개념, 특정 연령을 지칭하는 틀을 깨뜨린다. 다양한 관점을 지닌 하나의 집단이 되고, 수많은 생각을 함께 실천하는 움직임이 된다.
청년 한 명의 이런 ‘깨달음’은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같은 믿음을 가진 청년이 모여 크고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그 효과는 두말할 것 없다. ‘부산 청년정책 전환하기’ 세션에서 패널로 나선 ‘디딤돌 카드 참여자’ 김국희 씨는 “디딤돌 참여자는 ‘일반 청년’이지 않나. 내가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친구들이 내가 나온 세션을 보면서 ‘네가 저런 데 가서 토론하는구나. 나도 얘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더라. 앞으로 저 같은 청년이 참여하고, 말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이나윤 운영지원단장도 “‘혼자인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 마음속에 남는다. 처음에는 ‘내 문제인데 누가 나를 위해 해결해주나’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내 문제이자 너의 문제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느끼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다양하고 치열한 고민을
파티 분위기가 훈훈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청년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쓴소리’도 적잖았다. ‘지역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사람들 말 대신 정말 평범한 일반 청년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게 주된 지적이었다. 지역의 모든 청년이 ‘마이크’를 가질 수 없고, 자신의 고민을 ‘청년으로서의 고민’으로 인지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운동은 최대한 많은 청년의 생각을 수렴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청년운동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해명 아닌 해명을 해왔다. 부산청년주간도 이를 피할 순 없었다.
청년문화단체 ‘고치’에서 활동하는 박현우 씨는 “청년 활동가와 일반인이 쓰는 단어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청년’이 아닌 ‘청년 활동가’의 얘기만 들을 땐 ‘이게 (현실과) 맞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 팟캐스트 ‘051FM’을 운영하는 정욱교 씨는 “이런 행사가 아니었으면 청년 담론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분이 많았을 거다. 청년 문제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고, 이런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기회를 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일반 청년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기를 바란다. 그들의 시각은 활동가와 다를 수 있다. 더 많은 일반의 목소리를 들을수록 더 많은 이에게 유용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는 김성원 씨는 “패널들이 토론할 때 댓글로 자신이 처한 문제를 털어놨던 분들을 위한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청년이라 불리지만, (행사에서 오가는 말들은) 일반 청년의 것과 괴리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며 “청년주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반 청년도 자리에 나와 자신의 얘기를 전할 거다. 이렇게 모인 얘기가 훌륭한 정책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의 날도 제정됐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길 기대한다.” 가을밤 영도 무명일기에 모인 부산 청년은 ‘청년 최대한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담론, 청년정책 전환의 시점을 토론 테이블에 올려놓고 늦은 시간까지 깊은 고민을 나눴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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