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 앞 환자 가족들 몰려
- “몇달간 못 봤는데” 발만 동동
- 2층에서만 감염자 43명 나와
- 거리 한산… 카페·식당 텅 비어
- 중국집·분식집은 포장·배달만
- 일부 아파트 외부인 출입 제한
14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53명이 발생해 부산지역 최대 규모 집단감염지가 된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 앞. 아침 일찍 병원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환자의 가족 10여 명이 병원 앞을 지키며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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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구의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14일 북구 신만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북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붐비는 모습. 김종진 기자·이원준 프리랜서 |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최모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다.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놀라 병원에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며 “병원 앞에 와서야 겨우 전화통화가 됐는데 어머니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부모를 모두 모셨다는 한모 씨는 “두 분 모두 음성이라고 연락을 받았지만 언제 양성 판정을 받을지 몰라 걱정이 태산”이라며 “감염병 때문에 반년 동안이나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했는데 그저 무탈하시길 기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해뜨락요양병원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5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확진된 485번(해뜨락요양병원 간호조무사)을 포함하면 53명에 이른다. 이 중 43명은 병원 2층에서 나왔다. 확진된 직원 11명 중 10명이 2층에서 근무했고, 확진 환자 42명 중 33명이 2층 병실 입원환자다. 의료법인 청송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이 병원은 38개 병실에 179병상을 갖췄다. 요양병원 특성상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많다는 점에서 감염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여 보호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 병원이 속한 만덕동 일대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분위기다. 해뜨락병원 53명을 포함,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한 달여간 만덕동에서만 모두 85명의 확진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사태에 앞서 추석 전후로 많은 확진자가 나오자 시는 만덕동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洞) 단위 방역을 강화하기도 했다.
해뜨락요양병원 인근에 아파트단지와 주택이 밀집해 있지만 거리는 나다니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병원 근처 중국집과 분식집은 감염자 발생을 우려해 실내영업을 중단했다. 분식집 사장 김모 씨는 “확진자가 들러 다른 사람이 감염될 것을 우려해 포장과 배달만 한다”며 “실내 장사를 해야 매출에 도움이 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이 있는 만덕2동 근처 식당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일부 식당에서는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내부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만덕2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모 씨는 “머리카락을 자르려면 손님은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문을 열고 영업하고 방문한 손님께 손 소독제 이용을 권하지만 불안하다”며 “평소에는 숨쉬기 편한 마스크를 썼지만, 오늘부터 KF94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고 말했다.
추석 전후로 많은 확진자가 나와 두려움에 떨었던 그린코아아파트 주민은 다시금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14일 신규로 확진된 539번 확진자는 그린코아목욕탕 방문자인 426번의 접촉자로 분류됐다. 잠잠해질 만할 때 다시 추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이날도 이 아파트 헬스장은 운영 중이지만 이용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홍모 씨는 “왜 자꾸 만덕동에서 확진자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들이 만덕동을 감염의 온상지로 여기는 것도 불쾌하지만, 그보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편의점을 가는 것도, 마을버스를 타는 것도 모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입주민을 제외한 외부인 출입을 막는 곳도 있었다. 만덕3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정모 씨는 “해뜨락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다른 감염자가 안 나오길 바란다. 하루빨리 만덕동이 안정을 되찾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