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울산 4형제 전장서 산화…부모도 충격에 쓰러져 세상 떠나

6·25 70주년… 비극의 가족 사연

  • 방종근 기자
  •  |   입력 : 2020-06-22 22:40:15
  •  |   본지 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50년 이재양·류분기 씨 부부
- 장·차·삼남 한국전 징집돼 전사
- 그 소식에 이 씨는 병 얻고 숨져

- 막내도 베트남전쟁 나갔다 죽음
- 넷째아들도 올 4월 유명 달리해
- 1997년 추모제로 세상에 알려져

매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울산시민은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지역 출신 4형제를 떠올린다. 이들의 부모는 생때 같은 자식을 한 명도 아닌 네 명이나 먼저 보내고 슬픔 속에 그리다 병을 얻어 세상을 떴다. 하지만 이런 영예로우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이 차츰 잊혀지고 있어 뜻 있는 많은 시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6일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구미리에 있는 충효정에서 국가유공자 4형제 전사자 합동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울주군 제공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사는 이재양·류분기 씨 부부는 슬하에 5남 1녀를 두고 있었다. 장남 민건(당시 27세), 차남 태건(24세), 삼남 영건(21세), 사남 부건(12), 막내 승건(5) 씨였다. 이 씨 가정은 농사를 지으며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자식 모두 건강하고 단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고 없는 비극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가족이 8월 15일 한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갑자기 군용 트럭이 몰려와 젊은이들을 그 자리서 징집해갔다. 이 씨의 장성한 세 아들도 그렇게 입대해 최전선에 투입된 뒤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장남은 입대 이듬해인 1951년 7월 21일에 금화지구 전투에서, 차남은 같은 해 8월 철원지구 전투에서 각각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남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사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6·25 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4형제. 장남 이민건, 차남 태건, 삼남 영건 씨는 한국전쟁에서, 막내 승건(왼쪽부터) 씨는 베트남전에서 각각 전사했다. 추모사업회 제공
3형제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아버지는 병을 얻어 1959년 세상을 떴다. 어머니는 남은 자식들을 건사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중에 또 다시 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막내 승건 씨가 “형님 셋이 전사했는데, 나 역시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입대를 선언한 것이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64년 당시 19살이었던 승건 씨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그러나 승건 씨마저 1967년 8월 현지 꽝나이지구 전투에서 산화하고 만다.

1971년 정부는 나라를 위해 네 아들을 잃은 류 씨를 위로하고자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훈했지만, 막내까지 잃고 몸져 누운 류 씨는 1972년 유명을 달리했다.

기구하면서도 비극적인 이 가족의 사연은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남 부건 씨가 형제의 이름이라도 후세에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1997년 고향 두동면 묘역에 4개의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제를 지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005년 뜻 있는 이들의 도움과 국가보훈처 지원 등으로 추모사업회가 설립됐고, 2008년에는 울주군이 묘역 일원에 4형제를 기리는 충효정을 조성했다. 4형제의 사연은 지역 교과서에 실렸고, 군부대에서 신병 교육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거룩한 형제’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만들어져 매년 상연되고 있다. 하지만 추모제를 챙겼던 부건 씨도 올해 4월 노환으로 별세(향년 82세)했다. 전사한 4형제를 포함한 6남매가 모두 작고했다.

박형준 추모사업회 회장은 “4형제가 모두 전쟁에서 전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군 단위 행사로 머무는 추모제가 시 차원의 공식행사로 승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종근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0. 10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2차 구조작전 진행 중…수로에 그물 설치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