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입원 기초생활수급자
- 비용 부담에 민간병원 못 옮겨
- ‘쪽방 투병’ 한 달 뒤 숨 거둬
- 건보 혜택 못 받는 베트남인
- 대학·국립병원 퇴짜 ‘목포행’
- 응급실 7곳 전전하다 사망도
- 취약계층 안전망 더 취약해져
부산의 공공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사태로 부실함을 드러냈다.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취약계층 환자는 다른 병원을 찾아 뿔뿔이 떠나야 했다. 부산에선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전남 목포까지 원정 입원을 하러 간 사례도 있었다. 민간병원의 비싼 입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산의료원을 나온 지 한 달 만에 외롭게 숨을 거둔 환자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는 부산에 공공병원 한 곳만 더 있어도 이러한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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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입원·외래진료가 중단돼, 일부 취약계층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공공의료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20일 부산의료원이 병원 내 부산 129번 환자의 접촉자 검사를 진행하며 외래진료 중단 안내를 내 건 장면.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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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죽음만 기다린 이들
부산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기초생활수급자 A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 24일 갑작스레 병원을 옮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경화로 20년 넘게 부산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A 씨는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해 자신의 쪽방으로 돌아가 혼자 병마와 싸웠다. 간경화로 복수가 차올라 인근 민간병원 응급실로 두 번이나 실려 갔다. 우여곡절 끝에 A 씨는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지만, 의료원 수준의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어려웠다. 결국 의료원을 나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3월 21일 그는 숨졌다. 동구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부산시는 부산의료원에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이다”며 “A 씨 같은 힘든 이들이 갈 곳, 대체 병원을 구해주라는 내부지침 한 줄만 있었다면 취약계층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다가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받아주는 곳 없어 목포까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인 베트남인 B 씨는 지난 2월 부산의료원에 입원했다. 동네의원에서 폐에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 입원하려 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부산의료원을 찾았다. 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심사를 거쳐 건강보험 미가입자에게도 저렴한 병원비로 치료해준다. B씨는 결핵성흉막염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를 마치기도 전에 병원을 옮겨야 했다. 부산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병상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의 대학병원과 경남지역 국립병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입원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결국 전남 목포의 국립병원까지 갔다. B 씨는 국제신문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입원하면서 지난 1월 태어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남편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며 “지금은 퇴원해 부산으로 돌아왔지만 남편이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병원 더 있어야”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23일 밤 동래구의 C 씨는 고열 증상으로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를 받지 못했다. 119구급대는 C 씨를 싣고 7곳의 병원 응급실에 연락했지만,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의 내원으로 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의심증상자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이면 그래도 환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집에 머물렀고, 다음 날 새벽 숨졌다. C 씨는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련의 사태는 부산지역 공공의료가 부산의료원 한 곳에만 의존하고 있는 데서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부산의료원의 진료 기능이 마비되면 사실상 취약계층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에 공공병원이 추가로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100만 명당 1곳의 공공병원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에서는 시가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적어도 두 곳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부산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곳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의료 안전망이 사라졌다. 동부산이든 서부산이든 공공의료원이 하나 더 있었더라도 역할 분담이 됐을 것”이라면서 “민간병원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무너진 공공의료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대규모 확산 사태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주민과 함께’ 정지숙 이사는 “코로나19로 이주민은 주치의처럼 의지했던 무료진료소를 이용할 수 없었다. 큰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부산의료원에 갔는데 사실상 쫓겨난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누구에게나 보편적 의료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