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심의 유찰, 2차서 업체 선정
- 실제 구 내부서 논의 있었다면
- 공정성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 행정 편의 위해 업무 태만한 셈
부산 서구의회 의원이 서구가 발주하는 위탁사업의 심사위원 명단을 사전 유출했는 데도 심사를 강행한 사실(국제신문 지난 21일 자 6면 보도)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된다. 이 심사에서는 참여업체가 모두 탈락했는데, 이를 두고 유출 사실 은폐 등을 목적으로 구가 ‘의도적 유찰’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진다.
21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3월 5일 진로교육센터 운영 위탁사업(계약기간 2년, 사업지원금 2억 원)을 위한 수탁심의회를 개최했다. 구는 심의위 전날 심사위원 명단이 외부에 유출된 사실을 알았음에도 심사를 중단하거나 입찰 참여자와 접촉한 심사위원을 사전에 교체하지 않고 심의회를 그대로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구의원으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아 심사위원과 사전 접촉한 업체를 포함, 모두 3곳이 심의에 참여했으나 모두 기준점수가 미달돼 유찰됐다. 구는 지난 8일 5곳의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2차 심의를 열어 수탁업체를 선정했다. 1차 심의 때 심사위원과 사전 접촉한 업체도 재심의에 도전했으나 최종 탈락했다.
문제는 1차 심의 때 유찰이 사전에 계획됐느냐 점이다. 당시 참가업체 3곳의 자료 발표 후 심사위원들의 채점이 진행됐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1차 심의에 참여한 복수 심사위원에게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이던 서구 간부가 채점 과정에서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참여 업체 3곳의 실력 미달을 언급하며, ‘반드시 오늘 꼭 선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추후 재공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구 간부의 발언은 유찰을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A 심사위원은 “서구 관계자의 발언이 듣기에 따라 (모두 탈락시키라는) 모종의 압박처럼 비춰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서구가 명단의 사전 유출 사실을 알고도 심사를 굳이 강행한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심사위원이 미리 노출된 사실을 은폐하고자 ‘내부 감싸기’를 시도한 것이거나, 심사를 하루 앞두고 연기나 심사위원 교체를 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유찰 결론’을 낸 뒤 추후 재심의를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후자라면 모양새는 갖췄지만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정편의를 위해 업무태만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도적 유찰’이 사실이라면 누가 결정을 했는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심의위는 부구청장 주재로 진행됐으며 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공한수 서구청장은 “심사가 끝난 뒤 심사위원 노출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서구 관계자는 “과락을 염두에 둔 심사였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구는 심사위원 명단 외부 유출 사건에 대해 21일 자체 감사를 시작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