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 장애인복지관 인근 3㎞
- 박재호 의원 휠체어 체험 후
- “보도 기울기 등 조처” 공언 불구
- 곳곳 울퉁불퉁·균열 상태 여전
- 횡단보도 파란불 시간만 연장
제40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장애인복지관. 기자는 꼭 2년 만에 다시 이곳에서 수동 휠체어에 올랐다. 2018년 장애인의 날 기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이자 이 지역 국회의원인 박재호 의원과 휠체어를 타고 이 일대 약 3㎞ 구간을 2시간여 함께 돌았다. 이 ‘체험’을 마친 직후 박 의원은 보도의 기울기, 경사도 등 휠체어 통행에 문제가 되는 요소를 바로잡겠노라 공언(국제신문 2018년 4월 21일 자 5면 보도)했다. 2년 새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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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부산 남구 장애인복지관 인근에서 국제신문 김민주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보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
허망할 정도로 나아진 것은 없었다. 휠체어에 기대앉아 바퀴를 밀자 자연스레 허리가 앞쪽으로 숙여졌다. 눈높이는 평소의 절반. 시야가 좁아지는 정도는 훨씬 심했다. 평소 인식 못 하는 보도블록의 작은 틈이나 자갈에도 휠체어는 크게 출렁여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복지관 입구에서 폭 5m 이면도로를 건너 평화공원으로 진입한 뒤 공원길을 따라 대연고 방면으로 향했다. 공원 진입로를 뒤덮은 가로세로 4㎝ 크기 사괴석 돌길이 2년 전 그대로 휠체어의 바퀴를 잡아챘다.
걸을 땐 가벼운 경사도 휠체어 위에서는 도전이었다. 대연천을 지나 부경대 정문으로 향하는 건널목을 지나던 중 휠체어가 차도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인도로 올라서는 10도가량의 얕은 경사를 우회하려다 생긴 일이다. 복지관 직원 도움으로 인도에 올라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폭이 1m에 못 미치는 대학가 인도의 노면은 유동인구 숫자를 반영하듯 곳곳이 패고 균열이 일었다.
부경대 정문 건널목을 지나 부산창업카페를 오른쪽에 끼고 도시철도 대연역으로 향하는 인도. 폭 5m가량으로 일대에서 가장 넓고 올곧게 뻗은 길처럼 보이지만, 차도 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채 포장된 노면 상태는 그대로였다. 기울어짐 탓에 전진하면 휠체어 바퀴는 끊임없이 차도 쪽으로 굴렀다. 오른쪽 바퀴를 천천히 밀어 전진하는 동안 가볍게 쥔 왼손바닥 사이로 휠체어의 왼쪽 바퀴를 흘려보내며 균형을 맞춰야 했다. 두꺼운 목장갑을 꼈는데도 왼손바닥이 쓰렸다. 복지관 반경 3㎞ 안 인도 실정이 이런데, 다른 곳은 오죽할까 싶었다.
남구 장애인복지관은 2018년부터 매년 정치·치안·행정 일선에 있는 이들이 휠체어 장애인의 고충에 공감할 수 있도록 명사 초청행사를 벌여왔다. 박 의원 이후 이강영 남구의회 의장, 남부경찰서 경찰 등이 이에 응했다. 개선은 지난해 남부서 경찰이 다녀간 뒤 대천교차로 횡단보도 2기의 청신호 시간이 각각 4초, 12초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경성 복지관장은 “올 하반기에는 박재범 남구청장을 초청하려 한다. 장애인 차별 요소를 없애는 복지관의 ‘무장애 시티 만들기’ 사업에 지자체가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