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보편적 재난소득 추진을”
- 부산시는 일괄 지급엔 부정적
- 청와대 “상황 따라 검토할 사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난기본소득 지급 논란이 지원 대상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일부 지자체가 대상을 한정해 한시적 생활지원 자금 성격의 현금 지원을 시작한 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쟁이 가열된다.

처음 재난기본소득 제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조건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 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대상을 1000만 명 정도로 넓게 잡아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것이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과 함께 필요 예산이 50조 원으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정부가 1차 추경예산안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자 지자체별 각개전투가 시작됐다. 지난 13일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강원도와 서울시가 가세했고 19일에는 경남도까지 뛰어들었다. 정부 예산지원을 당장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체 재원에 맞춘 ‘선택적 현금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현금 지원을 시작한 지자체 사례를 보면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특정층’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지원으로, ‘재산 노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이라는 기본소득의 사전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시 한번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지사는 “현재 경제 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일시적 재난기본소득이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면서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일부 계층에 제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경제관료와 전통적 경제전문가들은 지원 대상 선별 주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지사 역시 선별적 지원을 하면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중앙정부에서 보편적 긴급재난소득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요청하면서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 논란에 불을 지폈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정층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인 지원은 보편성, 지속성을 띠어야 하는 기본소득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부산도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을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은 검토 중이나, 이는 모두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자 “향후 국내외 경제상황, 지자체 차원의 노력, 국민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