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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2-3> 용두산 엘레지- 가장의 실직 ‘나비효과’

제조업 몰락에 직장잃은 부모와 함께… ‘미래청년’도 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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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재편·경남 이전 가속화
- 사상공단 등 공업지역 인근서
- 부모와 거주하던 1985년생들
- 가족과 딴 곳으로 이주하며
- 청년 되기도 전에 대거 유출
- 공단 주변 인구 증발 부추겨

- 현 청년졸업생 탈부산 못막으면
- 자녀세대 청년돼도 악몽 되풀이

공업단지는 부산 인구의 중흥과 몰락을 설명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제조업은 경남을 주축으로 한 외부 청년을 부산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했다. 수많은 청년 노동자가 부산의 공장에서 일했고, 직장 인근 동네는 그들의 새 삶터가 됐다. 그곳에서 청년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부산 사상공단의 대표적 제조업체이자 부산지역 고용을 주도했던 사상구 괘법동 국제상사 전경. 국제상사가 경남 김해시로 떠나고 남은 자리에 지금은 대형 쇼핑몰과 아파트가 들어 서 있다(아래). 서정빈 기자 국제신문 DB
부산 제조업의 핵심이었던 사상공단 주변 동네는 유입된 청년의 자녀로 넘쳤다. 그러나 부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부터 공단 인근 동네는 점차 청년을 잃기 시작했다. 직장을 잃고 삶터를 옮긴 부모를 따라 대거 부산을 떠난 탓이다.

■부모 따라 부산 등지다

   
1989년 부산 사상공단 인근에 거주하던 노동자들이 태풍 ‘주디’ 탓에 출근하지 못하자 회사로 연락하려고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선 모습. 국제신문 DB
1962년생 김영수 씨도 그렇게 가족과 함께 부산을 떠났다. 경남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부모님을 따라 부산으로 왔다. 1992년 결혼해 아이 셋을 낳았고, 북구의 10평(33㎡)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자녀를 키웠다. 1996년 11월 취직한 직장이 집 근처에 있었다. 직장은 종업원 60명 규모의 목재 제조업체였다. 김 씨는 합판 가공 장치를 조작하는 기능공으로 일했다.

일주일에 6일을 일해 월급 120만 원을 받았다. 임금이 적고 근무환경도 나빴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어린 자녀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업무가 적성에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해직은 본인 의사와 무관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를 뒤흔든 때였다. 결국 1998년 해고당한 그는 새 일을 찾아야 했다.

지인에게 일자리를 수소문하고, 구인광고를 이 잡듯 뒤졌다. 1년여를 노력했지만 취업은 요원했다. 일할 능력과 경력은 충분했다. 부산에 일자리가 부족한 게 문제였다. 그나마 신규 인력을 뽑는 일자리는 임금이 형편없었다. 원래 받던 120만 원을 줄 직장도 없었다. 아내와 세 자녀를 먹여 살릴 직장이 절실했다. 부산에서는 도무지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탈부산’을 택했다. 1999년 9월 가족과 함께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부산에선 찾기 어려웠던 직장이 거기엔 있었다. 선박 건조업체였다. 금속 주형 및 용접 기능직으로 취업했다. 초봉 130만 원을 받는 정규직이었다. 거제시로 옮긴 뒤부터 삶은 차츰 안정적이고 윤택해졌다. 월급은 해마다 올랐다. 2004년엔 작업반장으로 승진해 더 많은 돈을 벌게 됐다. 그 사이 2002년 6월엔 막둥이 아들을 얻는 경사도 있었다. 2010년 7월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2017년 어느덧 만 24세 청년이 된 큰딸은 거제시에서 직장을 구해 독립했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거제시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김 씨 같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청년 졸업생인 1985년생을 비롯해 대체로 1979~1992년생 자녀의 부모 세대다. 부산지역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줄줄이 부산을 등졌고, 자연스레 이들의 자녀도 부산을 떠났다. 1996년 당시 부산 257개 읍·면·동 중에서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부산진구 개금3동(709명)이었다. 2위는 북구 금곡동(678명), 4위는 사상구 학장동(653명)이다. 모두 부산 최대 공업단지인 사상공단 인근 동네다. 부산시 통계연보에는 1985년 전체 4859개 공장 중 2204곳(45.3%)이 사상공단에 밀집했다고 설명돼 있다. 총 36만1473명의 노동자 가운데 15만2038명(42.0%)이 사상공단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1996년 709명이던 개금3동의 김지훈·김지혜 씨는 2019년(10월 현재) 404명만 남았다. 같은 기간 금곡동은 327명, 학장동은 290명을 잃었다. 동양고무 공장이 있던 당감1동(-373명)이나 주례3동(-226명)도 출혈이 컸다.

2019년 기준 206개 읍·면·동에 맞춰 비교해보면 사상구 모라동의 청년 유출이 두드러진다. 모라동은 1989년 동원아파트(1110가구)와 1992년 우신아파트(1620가구)가 지어지면서, 당시 사상공단 노동자의 주 거주지로 자리 잡았다. 원래는 1동과 2동으로 나뉘었는데, 2007년 모라2동이 1동에 흡수되면서 1개 동으로 통합됐다. 현재 행정체계에 맞춰 1996년의 청년 인구를 계산하면, 1985년생이 가장 많이 살았던 동네가 바로 모라동(774명)이다. 반면 2019년 현재는 482명의 김지훈·김지혜 씨를 떠나보내며 유출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사상공단 외 부산의 다른 공업지역에서도 살던 곳을 떠나는 이가 속출했다. 1996년 전체 인구 3만9012명으로 당시 257개 읍·면·동 중 5위, 1985년생 인구 525명으로 19위던 해운대구 반송2동은 2019년 총인구 2만5330명으로 40위, 1985년생 인구 204명으로 77위까지 떨어졌다. 이곳은 금사공단 노동자의 주요 주거지였다. 신평장림공단이 걸친 사하구 다대2동은 23년간 1985년생 인구 378명을 잃었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청년기를 거치며 자발적으로 부산을 빠져나간 것뿐 아니라, 어린 시절 가장인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어쩔 수 없이 부산을 떠나야 했던 상황이 ‘미래의 청년 유출’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정을 꾸린 김지훈·김지혜 씨가 지금처럼 부산을 등지는 일을 막지 못하면, 머지않은 훗날 이들의 자녀 세대가 청년이 됐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업 따라 부산 떠나다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가 태어났을 때 부산 제조업은 이미 인구 흡입력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였다. 물밀듯 부산으로 밀려오던 인구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던 때였다. 통계청 제조업 조사 결과를 보면 1985년 부산의 제조업체는 모두 5207곳이다. 이 업체들은 월평균 36만8352명의 종사자를 보유했다. 사업체당 70.7명이다. 33년이 지난 2018년에는 부산에서 4139개의 제조업체가 13만566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 곳당 종업원 수가 33명 수준으로 폭락했다.

부산 제조업 쇠퇴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졌다. 시 통계연보를 보면 1985년 부산지역 주요 수출업체 상위 27곳(매출액 기준) 중 14곳이 봉제품·신발류를 주요 품목으로 다뤘다. 그해 부산기업 수출 1위는 1억7565만6000달러의 수출고를 낸 국제상사(신발류)였다. 2위는 1억7450만6000달러를 기록한 대우실업(봉제류), 그 뒤는 1억7419만6000달러의 태광산업(원사 스웨터)이 차지했다. 중공업 기업인 연합철강(철강)은 1억5000만 달러로 4위였다. 1970년대 이미 중공업 위주로 국가 경제가 이동했지만, 부산 주류 산업은 여전히 경공업이었다.

여기에 더해 부산 제조업체들이 1989년을 기점으로 대거 경남으로 옮겨갔다는 사실도 주목받는다. 신라대 김대래 경제금융전공 교수는 논문 ‘1980~1990년대 부산 기업의 역외 이전’에서 “부산은 신규 공업 용지의 공급이 지연되고 기존 부지마저 대부분 아파트 건축용으로 전환됐지만, 경남 양산과 김해 등 인근 지역에서는 지방공단 및 농공단지의 조성으로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고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쉬웠다. 울산·창원 등 인근 공단에 소재한 모기업에 납품하기가 용이한 것도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1990~1998년 부산을 떠난 제조업체는 1018곳에 달한다. 1977년부터 1991년까지 부산을 떠난 기업이 모든 업종을 통틀어 446곳밖에 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대규모 고용을 주도한 기업들이 부산을 벗어난 타격이 컸다. 1992년 당시 종업원 8647명을 고용했던 국제상사가 사상공단을 떠나 경남 김해로 이전한 건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렇게 부산에는 ‘작은 공장’만 남았다. 한창 일할 나이의 아버지와 함께 김지훈·김지혜 씨가 부산 바깥으로 갔다. 이어진 1997년 외환 위기는 부산에 남은 업체들마저 도산하게 했다. 제조업 메카였던 사상공단에는 언젠가부터 유통·물류단지가 들어섰다. 청년의 급속한 탈부산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사상공단과 주변 동네가 거쳐온 길은 부산 강서구처럼 산업단지를 조성해 새롭게 인구가 늘어난 지역의 ‘어두운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부산지역 제조업체의 평균 고용 인원이 예전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수도권 및 그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훨씬 적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04~2014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제조업 노동자가 유입된 곳은 충남 당진시다. 당진시는 이 기간 476개 제조업체를 유치했다. 이 업체들이 고용한 노동자는 2만174명, 업체당 42.4명이다. 제조업체 수로 따지면 경기 화성시가 가장 많은 798개 업체를 끌어들였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만2025명, 한 곳당 15.1명이다. 경기 안성시는 168개 제조업체와 5811명(업체당 34.6명)의 노동자를 모았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 강서구는 296개 업체에 5524명(〃 18.7명)을 유인하는 데 그쳤다.

지역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이 대부분 수도권 내부 또는 충청권 등 접경지로 몰린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부산의 신규 공업지역 역시 사상공단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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