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지법 마산지원 재심서
- “이적 행위 입증 근거 못 찾아”
6·25전쟁 때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불법 체포·감금당한 후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당한 민간인 6명이 7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이재덕 지원장)는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의 아버지 등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공소장에는 이들이 1950년 6·25전쟁 초기 북한군에 협력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되어 있으나, 이를 입증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은 좌익 사상자 전향과 통제를 위해 보도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보도연맹에 가입된 이들이 북한에 동조할 것을 우려해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당시 마산에서도 보도연맹원 400여 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마산형무소에 가뒀다.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는 국방경비법상 이적죄를 적용해 1950년 8월 18일 이들 중 14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같은 달 말 마산육군헌병대는 사형을 집행했다.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년 숨진 보도연맹원들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된 후 희생됐다고 밝히자 2013년에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재심 청구를 했다. 법원은 재심 청구 사유를 인정해 2014년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으나 검찰이 항고, 재항고하면서 재심 절차가 늦어졌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까지 기각하면서 재심이 확정됐다.
희생자 유족들을 변호한 이명춘 변호사는 “오늘 무죄 판결이 났지만, 억울하게 죽은 보도연맹원들이 여전히 많다”며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진보연합, 경남여성연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 판결 결과를 환영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모든 고통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원한다.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마산보도연맹 사건이 오랜 세월 동안 어둠에 갇혀 외면당하다 마침내 진실의 햇빛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