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천문화마을 등 관광지·백화점
- 중국인 줄고 내국인도 발길 ‘뚝’
- 찜질방선 발열검사 후 입장도
- 아파트 커뮤니티·SNS 통해
- 확인 안 된 괴소문 일파만파
- 도시철도 재채기에 실랑이
- 중국어만 들려도 자리 피해
- 시, 격리검사 인원 11명 ‘음성’
- 능동감시대상 62명도 검체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에 대한 염려가 공포증(포비아) 수준으로 커진다. 중국인이 몰리는 관광지에 여행객이 주는 가 하면 SNS와 인터넷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일파만파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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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을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중국인 몰리는 관광지 ‘안 가!’
29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이 마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감천문화마을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다. 그러나 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내외국인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마을 내 슈퍼마켓 주인은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줄었다”며 “우한 폐렴 탓인지 마스크를 많이 사 간다”고 귀띔했다. 서울에서 온 이영진(여·22) 씨는 “부산이 수도권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부터 안전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여행을 왔다”면서도 “손 소독제를 수시로 뿌리고 마스크를 넉넉하게 챙겨왔다”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도 감소세다. 사하구에 따르면 평일인 29일엔 6425명 수준으로 평소보다 다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신세계 센텀시티는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점 한 직원은 “설 연휴 기간 중국인 손님 수가 전년보다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두려움 탓인지 내국인 방문객 수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내 스파랜드도 중국인 관광객에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다. 백화점 측은 “폐렴이 퍼진다고 해도 중국인 관광객의 입장을 통제할 수는 없다. 대신 입장 때 발열검사를 하고 들어가도록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곳곳에서 표출된다. 29일 오후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역사에는 마스크를 쓴 채 캐리어를 끄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이들 주변에 있던 승객들은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자 다른 자리로 옮겼다. 뒤에선 이들에게 욕하는 소리도 들렸다. 부산대 등 대학교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중국인 유학생 등에 대한 악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SNS 타고 괴소문도
지난 28일 부산 남구 A 아파트의 입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구 우한 폐렴 관련으로 글을 올린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글에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공문을 보냈는데 설 연휴 중국 하이난을 방문한 아이가 등원했다고 한다. 아이 체온이 37도 정도였는데 하이난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해당 부모도 중국을 방문한 것 같으니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하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런 글이 퍼지자 “어느 어린이집인지 궁금하다” “이 시기에 중국을 다녀온 것도 문제지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것도 잘못됐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국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에 중국을 다녀온 아이가 있긴 했지만 우한 폐렴과 관련된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울산 북구 B 아파트의 입주민 SNS 단체 대화방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자 발생 보고’ 제목의 글이 유포됐다.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30대 기혼 여성이 명절을 맞아 친정에 방문했다가 발열 증상으로 북구보건소에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건소 확인 결과 이 글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울산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부산 동래구에서 우한 폐렴 의심 증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 형식의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는데, 거기서 지역과 병원 이름만 북구와 울산대병원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장소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29일 오후 출퇴근길 도시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에 탑승하니 승객 10명 중 3, 4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도시철도를 기다리던 한 50대 남성이 입을 막지 않고 재채기하자 옆에 있던 다른 승객이 항의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황용운(34) 씨는 “부산에 아직 확진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도시철도 전동차를 타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두려움을 느낀다. 옆 사람이 재채기라도 하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능동감시대상자도 검사하기로
부산시는 29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부산에서 격리검사를 받은 인원은 11명이라고 밝혔다. 28일 하루에만 7명이 증가했다. 이들은 우한 등 중국에 다녀온 뒤 발열 호흡기증상이 나타난 사례로, 검사 결과 모두 음성판정을 받아 격리가 해제됐다. 능동감시대상자는 62명으로 크게 늘었다. 시는 증상이 없는 능동감시대상자라도 검체 조사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우선 기존 능동감시대상자 6명에 대한 검사를 29일 실시했다. 이후 나머지 대상자도 검사를 진행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우한 폐렴’ 국내 환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4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183명으로 이 가운데 28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보건부서를 중심으로 한 비상방역대책반과 별도로 재난부서에 대책지원본부를 꾸렸다. 대책본부는 우한 폐렴 전염 차단을 위해 재난관리기금 3억 원을 투입,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입해 노숙인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과 버스 도시철도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김미희 김영록 김진룡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