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군마다 장비 재고 쌓여있지만
- 4년째 설치 예산없어 무용지물
- 최근 부산 혼자 살던 중증장애인
- 서비스 대상임에도 센서 미설치
- 결국 본인 집에서 화재로 숨져
정부가 4년째 ‘응급안전알림 서비스’를 위한 신규 장비 설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해당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사각지대로 몰렸다. 응급안전알림 서비스를 위한 재고품은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구·군별로 고루 재분배되지 않아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응급안전알림 서비스의 신규 장비 설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홀몸노인과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활동 가능 여부 등 우선 순위에 따라 가정 내 장비(화재, 가스, 활동감지 센서 및 응급호출 버튼 등)를 설치해 응급상황 발생 때 신속하게 대처하도록 응급안전알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2015년까지만 신규 장비 설치 예산을 마련했고, 이후엔 새로운 장비 개발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예산이 나오지 않자 취약계층은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장비 개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예산 공백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장비 개발을 완료해 올해부터는 6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 신규 장비 설치를 재개한다. 그동안 새 장비의 규격 등을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 장비 개발을 끝내기도 전에 덜렁 예산부터 삭감하면서 취약계층을 복지·안전 사각지대로 내몰았다는 면에서 복지부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신규 예산이 확보되지 않자 취약계층은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실제 지난 17일 연제구 거제동의 한 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거주하던 A(68) 씨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A 씨는 중증장애인이며 혼자 살아 응급안전알림 서비스의 대상자였다. A 씨는 복지부의 신규 설치 예산이 없어지고, 연제구에는 재고품이 남지 않은 이유 등으로 응급안전알림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연제구에는 재고품이 하나도 없었지만 다른 지자체에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군별로 재분배를 하지 않아 A 씨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부산시는 3998가구에 가스·화재·활동감지 센서 등 1만9000여 대의 응급안전알림 서비스 장비를 보급했고, 2206대의 재고가 남았다. 물량이 가장 많은 해운대구에는 1430대의 재고품이 있다. 반면 중·서·남·강서·연제·수영·사상구와 기장군에는 사용 가능한 재고가 한 대도 없다. 해운대구로부터 빌려서 A 씨 집에 설치할 수도 있었지만 경직된 행정은 “재고품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 사이 A 씨는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군별로 예산이 배정되다 보니 재고가 필요한 다른 구로 돌려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른 구에 재배분하는 방안 등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운대구는 앞서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해 재고품을 많이 확보해놓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부산 구·군별 응급안전알림 장비 재고 |
해운대구 |
1430대 |
사하구 |
370대 |
북구 |
189대 |
동래구 |
109대 |
부산진구 |
48대 |
영도구 |
32대 |
동구 |
18대 |
금정구 |
10대 |
중·서·남·강서·연제·수영·사상구·기장군 |
0대 |
※자료 : 부산시, 지난해 10월 기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