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자에 사과해 합의서 등 받아
- 별다른 처벌없이 사건 종결 전망
- 레넌 벽은 학교 직원이 철거한듯
부산대학교 내 게시판에 설치됐던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는 부산대 중국인 유학생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생들이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를 설치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게 이 유학생의 해명이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부산대 학내 게시판에 설치돼 있던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한 혐의(재물손괴 등)로 부산대 중국인 유학생 A(2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18일 부산대 문창회관 인근 학생회 전용 게시판에 설치돼 있던 ‘홍콩 민중의 지팡이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 대자보는 홍콩 경찰이 시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민중을 지탱해야 할 지팡이에 피를 묻히는 참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 대자보는 지난달 13일 학내 ‘자유 홍콩을 위한 학생연대(이하 연대)’가 게시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학교 외부 단체에서 이 대자보를 설치했다고 생각했고 대자보를 중국인 유학생들이 붙인 걸로 오해할까봐 훼손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A 씨는 경찰 중재로 ‘자유 홍콩을 위한 학생연대’ 측 관계자에게 이번 일을 사과했다. 연대 관계자는 “A 씨가 현재 진행 중인 기말고사가 끝나면 부산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로 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와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이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별다른 처벌 없이 사건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이 대자보 철거 이후 지난달 25일 발생한 ‘레넌 벽’ 훼손은 A 씨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당시 부산대 등 전국 430개 대학에 ‘시진핑 주석의 서신’이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 대자보는 허가 없이 부착돼 학교 측이 모두 철거했다. 전대협에서 부착한 대자보에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 사진이 찍혀있고 ‘레넌 벽’에도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 있다. 경찰은 이 때문에 이 대자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부산대 직원들이 오해하고 레넌 벽까지 함께 철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