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조건 내건 뒤 약속 이행안돼
- 지자체·지역 정치권도 관심 시들
- 강서구의회 “사태 해결 나설 것”
지난해 라돈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던 부산 강서구 대단지 아파트의 자재 전면 교체 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입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시공사는 1년 전 라돈이 검출된 자재의 전면 교체를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는다. 여기에 부산시·강서구와 지역 정치권의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진 상태다.
이 아파트 입주민 A 씨 등 3명은 6일 국제신문 취재진을 만나 시공사가 자재 교체 공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시공사가 당장 교체를 해줄 것처럼 입주민을 달래더니 교체 시기를 늦췄고, 이후에는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교체 작업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000세대가 넘는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지난해 11월 자체 측정 결과 거실 입구 타일과 화장실 선반에서 기준치의 7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민의 불안과 ‘라돈 아파트’라는 오명이 급속히 확산하자 시와 구, 지역 정치권이 앞다퉈 사태 해결을 시도했다. 시와 시공사는 두 차례의 정밀 측정 결과 라돈 검출량은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지만 주민 불안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이에 시공사는 30억 원 이상을 들여 해당 자재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공사는 겨울철 공사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자재 교체 시기를 지난 3, 4월로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시공사는 교체 작업을 위해서는 입주민 70% 이상이 동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자재 교체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입주민의 의견도 나뉜다. 어린 자녀가 있는 세대는 즉각적인 자재 교체를 희망하는 반면 고령자가 있는 세대는 시공사가 제시한 헬스장 설치 및 지하주차장 신규 도색 등 아파트 내 편의시설을 확충을 바란다.
일부 주민은 이사를 가거나 사비를 들여 자재를 교체하기도 했다. 입주민 사이에는 시공사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뒤 향후 3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고 전세 보증금을 인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어떤 결정이든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다수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고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비용을 들여 교체할 것”이라며 “최근 임대료 동결, 전세 보증금 인하는 전국에서 시행하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시도 시공사의 자재 교체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시 관계자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라돈 문제가 언급됐고 여전히 불안감이 큰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주민의 요청이 없는 터라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의회 김경옥 의원은 “사태가 조용해지니 시공사가 자재 교체를 미루는 것”이라며 “다시 관심을 갖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