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설치 강행 땐 행정대집행
시민단체와 부산 동구가 평화의 소녀상,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 문제에 이어 또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항일거리 현판 설치를 추진 중인 시민단체에 부산 동구가 ‘설치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동구는 “‘아베 규탄 부산시민행동’이 정발 장군 동상 인근에 설치하려는 ‘항일거리’ 조형물 설치는 불가능하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지역 13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시민행동은 오는 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1주년을 맞아 평화의 소녀상~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이 약 100m 구간을 항일거리로 칭하고,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항일거리 현판식’을 개최한다. 현판은 ‘항일거리’를 각각 한 글자씩 레터형으로 만든 너비·높이 약 1m 크기의 조형물이다.
지난달 25일 개정된 부산시 도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 조례를 보면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동상이나 조형물은 도로 점용과 관련해 예외적 허가 대상이다. 동구는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이 규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동상 사이의 도로를 항일거리로 선포하고 새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조례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항일거리 현판이 역사적 의미를 가진 조형물은 아니라고 본 것. 또 동구는 공공시설인 도로를 두고 시민단체가 임의로 이름을 붙이면 혼선이 생기며, 이번에 현판 설치를 허가하면 다른 단체가 조형물을 세우려고 시도할 때 이를 막을 근거가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시민행동은 예정대로 항일거리 현판식을 강행할 예정이다. 동구는 현판 설치를 막기 위해 경찰력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시민단체는 현판 설치를 한 차례 시도했지만 부산 동부경찰서와 동구에 의해 저지됐다. 동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임의 점용이 금지된 곳”이라며 “현판 설치는 막을 것이고, 설치된다 해도 원상복구와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