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선 자꾸 아이 생각나”
- 가족 모두 부산 떠나기로
- 장지도 창원에 마련 결정

“곳곳을 지날 때마다 아이 생각이 날 텐데, 어떻게 여기서 살겠습니까.”

부산 수영구 민락동 회센터 건물 지하 공중화장실에서 고농도 황화수소에 노출돼 사경을 헤매다 숨진 여고생 A(19) 양(국제신문 30일 자 10면 보도)의 유족이 부산을 떠난다. 여러 상황을 놓고 고민하던 중 결국 “부산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30일 빈소에서 만난 A 양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곳이 부산이다. 아이 생각이 나서 도저히 여기서는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집을 경남 창원으로 옮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가슴이 무너진다. 장지도 창원에 마련했다”며 힘겹게 말을 전했다.

빈소를 지키는 유족은 황망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A 양의 이모부는 “처형과 또 다른 조카가 걱정돼 도저히 부산에 두고 갈 수 없다. 내가 사는 창원으로 함께 이사할 것”이라며 “장례가 끝나면 주변을 정리한 후 완전히 창원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유족이 부산을 떠나기로 한 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손해배상 등 절차에 소극적인 수영구의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다. 수영구는 “책임지겠다”고만 말할 뿐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이 영조물 배상 공제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어떤 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현재 치료비나 장례비를 지원할 방법은 없다.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유족은 생계비는 물론 치료비와 장례비를 급히 마련해야 할 현실적 문제에도 부닥쳤다. A 양의 어머니는 별다른 직업 없이 딸 병간호를 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최근 수영구와 남부경찰서 직원이 각각 450만 원, 130만 원을 모금해줬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부산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A 양의 치료비 전액을 가족에게 우선 지원했다. 하지만 이중 지원이 안 돼 소송 결과에 따라 치료비를 환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A 양의 이모부는 “조카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는데 오늘은 또 어떤 카드로 장례비를 돌려막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앞으로도 재판을 비롯해 많은 일이 벌어질 텐데 ‘보통 사람’인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주변에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