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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삶의현장 동행취재 <1> 남해안 멸치잡이 선단

그물 속 펄떡이는 멸치 … 새벽조업 고됨 속 희망을 낚는다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9 19:39:25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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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셀 수 없이 많은 현장에서 숱한 사람의 땀으로 채워진다. 의미 없이 하루를 흘려보냈다고 아쉬워하는 당신도 그중 한 명이다. 창간 72주년을 맞은 국제신문은 삶의 현장에 선 이웃을 만나 그들의 희망과 고뇌를 전한다. 펄떡이는 이웃의 삶을 들여다 보면 무의미하게 흘러간 줄 알았던 하루가 내일을 향한 도약으로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 5척이 한 조인 멸치잡이 선단
- 통영 동충항서 어둠 속 출어
-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대부분
- 수시간 만에 그물 가득 끌어올려
- 자숙기로 배 위에서 바로 삶아

- “기름값, 인건비에 보험료까지
- 어획량이 배는 돼야 남는데…”
- 파닥이는 은멸치 빛깔 고와도
- 선원들 얼굴이 밝지만은 않아
- 7차례 양망 끝 하루 조업 마감

새벽 4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인 기선권현망 선단은 출어 준비로 분주했다. 새벽 4시30분부터 조업이 가능해 서둘러 출어에 나선다. 경남 통영 동충항에서 평진호 운반선(77t)은 어둠을 뚫고 조업지로 향했다. 평진호의 어탐선과 본선 2척은 앞서 조업지로 출발했다.

기선권현망 선단은 5척이 한 조(어탐선 1, 본선 2, 운반선 2척)를 이루는 선단을 구성한다. 어탐선이 선두에서 멸치어군을 탐지하면 그 뒤로 본선 2척이 양쪽에서 그물을 끌고 멸치를 어획한다. 어획된 멸치는 호스를 통해 운반선으로 빨려 들어간다. 운반선 2척이 교대로 육지 멸치어장막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전날까지 부산 가덕도 인근 바다에서 생멸치(대멸)를 어획했던 평진호 선단은 이날 조업지를 통영 욕지도 해상으로 정했다. 대멸보다 값이 더 나가는 작은멸치(세멸)가 어군을 형성했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은 어탐선, 본선 2척, 운반선이 한조를 이뤄 조업한다. 본선 2척이 서로 에워싼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어탐선·본선 2척·운반선 한 조

동충항에서 한참을 내달리자 여명이 밝아왔다. 평진호 운반선에는 10여 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원이다. 인도네시아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오전 6시30분 선원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이후 조업지가 가까워질수록 선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어획된 멸치를 배 위에서 즉석으로 삶기 위해 자숙기(욕조) 물을 펄펄 끓이는 작업이 먼저 진행됐다. 운반선은 가공선 역할도 한다. 어획된 멸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잡는 즉시 삶고 육지로 빨리 이동해 말리는 건조 과정이 핵심이다. 어떻게 삶고 말리느냐에 따라 멸치 가격이 결정된다.

2시간 이상을 달렸을까, 욕지도 아래 갈도 해상에 도착했다. 저 멀리 어탐선이 앞서고 본선 2척이 그물을 끌어 가고 있다. 본선 2척 간 간격이 꽤나 길어 보였다. 동승했던 멸치권현망수협 최동진 과장은 “본선 2척이 펼치는 그물 간격은 500~1000m에 달한다. 제일 앞서는 어탐선의 어로장 지시에 따라 본선 2척이 그물을 투망한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드넓은 바다 곳곳에 기선권현망 선단이 보였다. 본선 2척이 바다 한가운데 멈췄다. 양옆으로 어탐선과 운반선이 달라붙었다. 4척이 마치 한 척처럼 일사불란하다. 본선 선원들이 배 뒷부분으로 이동하자 그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본선 선원들도 거의 외국인 선원이다. 그물이 올라오자 그물 사이에 엉겨 붙은 멸치와 이물질을 털어내기 위해 쉴 새 없이 물을 뿌려댔다. 그물은 한참 동안 올라왔다. 본선 양쪽에서 펼쳐진 그물이 중앙으로 몰리자 은 빛깔의 멸치 떼가 연신 파닥거렸다. 

■잡은 후 즉석에서 삶아 선도 유지

운반선이 기다랗고 강력한 호스로 멸치를 빨아들이자 운반선 어창에 멸치가 모였다. 업계에서 말하는 하루 첫 조업, 일명 ‘첫 방’이다.

운반선으로 멸치가 옮겨지자 어탐선과 본선 2척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또 다른 멸치 어군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때부터 운반선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창에 모여든 멸치를 멸치 발(예전에 나무 발이었으나 지금은 플라스틱 발)에 옮겨 담아야 한다. 그런데 어창에는 멸치 떼뿐만 아니라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해파리가 상당수 엉겨 붙어 있다. 해파리를 일일이 떼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원들의 낯빛이 밝지 않다. 

평진호 운반선 김재갑(69) 선장은 “언제부턴가 해파리 떼가 극성을 부려 이만저만 골칫거리가 아니다”고 푸념했다.  한 선원이 어창에 들어가 멸치를 발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뜰채 한 번에 한 발씩 채워졌다. 발 10개가 한 묶음으로 고정돼 바로 옆 자숙기로 이동한다. 그대로 펄펄 끓는 소금(천일염)물에 빠뜨려 삶기 시작한다. 비릿하면서 고소한 멸치 특유의 냄새가 선내에 가득 찼다.

이날 첫 방에서 100발을 올렸다. 한 발의 멸치량은 1.5㎏ 위판 박스 한 상자 반으로, 가격은 3만 원 선. 첫 방에 300여만 원을 올린 셈이다. 김 선장은 “생각만큼 어획량이 많지 않다. 이 정도 잡아서는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한 선단이 하루 조업에 나설 경우 기름값, 선원 인건비, 보험료 등 출어경비가 2000여만 원이 소요되는 만큼 ‘첫 방’에서 200발은 올라와야 하는데, 아쉽다는 말이다.

■냉풍 건조와 선별작업 거쳐 위판

‘첫 방’ 물량을 다 적재하자 운반선은 다시 어탐선과 본선 2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본선 옆으로 운반선이 다시 붙었다. 그러고는 2차 양망(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작업). 같은 작업이 반복되고 또 3차 양망.

 3차 양망이 끝나자 선단 소속의 또 다른 운반선 한 척이 다가왔다. 어획한 멸치는 선도 유지를 위해 육상 어장막으로 빨리 옮겨 말려야 하므로 운반선 2대가 교대로 운항한다. 같이 타고 있던 선원들이 다른 운반선으로 옮겨 탔다.

3차 양망까지 어획한 멸치는 총 400여 발, 기본은 한 셈이다. 이렇게 하루 동안 7번 정도 양망한다. 멸치잡이 선단은 밤 9시30분까지 조업할 수 있다. 

선단을 남겨 둔 채 멸치를 실은 운반선은 이내 어장막으로 키를 돌렸다. 2시간을 달려 어장막에 도착하자 지게차로 멸치 발을 옮기고 곧 대형 냉풍 건조기로 말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소규모 어선과 정치망 어장에서 잡은 멸치는 요즘도 햇볕에 말리지만 어선 세력이 큰 기선권현망선단은  냉풍 건조기로 작업한 지 오래됐다. 이날 잡은 멸치는 작은멸치(세멸)라  8시간 정도 건조한다. 큰멸치는 값도 덜 나가고 말리는 시간도 길어 업계에서는 고가의 작은멸치를 선호한다. 

말리는 과정이 끝나면 크기에 따른 선별작업을 벌인다. 예전에는 수작업을 거쳤지만 지금은 자동선별기가 일손을 덜어준다. 이렇게 최종 작업이 마무리되면 1.5㎏ 위판 박스에 포장돼 다음 날 멸치권현망수협에서 경매된 후 식탁에 오른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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