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직원, 하청직원 괴롭혀도
- 같은 회사 아니면 인정 안해 줘
- 노동당 부산시당 “차별 없애야”
부산 연제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30) 씨는 최근 실망에 휩싸였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는 사장의 처벌을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물품 정리 중에 사장이 괜히 시비를 걸거나 자주 욕설을 했다. 같이 일하는 직원 2명과 함께 고발하려고 했는데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 아니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 ▷그 행위가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편의점을 비롯해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소규모 식당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한다. 특히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업주와 일대일로 마주하기 쉬워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데도 이들 영세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자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인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부산시당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성민 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고용 불안 문제까지 겹쳐 괴롭힘을 당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에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용자가 회사 내부적으로 가해자를 징계하도록 규정할 뿐 강제조항은 없다.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가해자 대부분이 사장이다. 가해자가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는 셈이어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법이 보완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참고 넘기거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원청-하청업체 직원 간 괴롭힘 문제도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최근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2만5000여 건 중 상당수가 정규직인 상사가 파견·용역·특수고용직 등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괴롭히는 경우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자율적으로 예방 및 조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실적으로 법적인 접근이 어려운 부분은 차차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