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반침하 사태 조사 작업 차질
- 이달말 용역 발주 등 제안 계획

경남 김해 골든루트산단의 지반이 침하한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시작 단계부터 벽에 부딪혔다.

김해시가 시행사인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산단공이 ‘문서 보존 기간이 지나 폐기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7일 김해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월 29일 산단공에 골든루트 산단 조성과 관계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다.

시는 ‘지자체장이 산단 사업 시행자에게 필요한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산업입지법을 근거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시가 요청한 자료는 연약지반 개량공사에 관한 설계도서, 당시 감리사가 제출한 감리보고서 등이다. 서류를 검토해 적절하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시는 또 산단공이 분석한 지반침하 원인과 그에 따른 대책도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남도 역시 지난달 28일 산단공에 지반 침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경남도는 골든루트 산업단지 조성을 승인한 기관이다.

그러나 산단공은 자료를 보내는 대신 ‘문서 보관 기관이 지나 폐기했다’고 회신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감리보고서 등은 공문서 자체 보관기간 5년이 지나 폐기했다고 알려왔다. 보통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와 관련된 문서 보존기간은 10년 정도인데, 수천억 원이 넘는 공사를 해놓고 관련 자료를 5년 안에 폐기했다는 답변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단공은 최근 이정화 김해시의회 부의장이 의회를 대표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이 부의장은 “지난 1일 대구 본사를 방문했는데 그때 들은 말은 ‘분양할 때 연약지반임을 고지했으며, 우리에게 책임은 없다. 자료는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했다’는 것이었다”면서 “입주 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므로 산단공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이달 말 경남도와 골든루트산단경영자협의회, 산단공 관계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시는 산단공이 지반 침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하라고 압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용역을 시작하면 산단 곳곳을 시추해 부실시공 여부 등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산단공 관계자는 “최근 김해시 (피해 조사결과) 발표로 우리 공단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비춰져 난감하다. 우리도 (침하 피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곧 유관기관과 만나 원인 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