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날이면 아내는 으레 “차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아마 대부분 가정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차보다 사람이 먼저 배려되는 문화가 언제쯤 당연시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행히 부산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 추세다. 특히 지난해 122명으로 전년 대비 약 25% 감소해 전국 감소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행 사망자의 비중이 전체 사망자의 56%이며 전국 평균 40%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도심부의 차량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주요 도로는 시속 50㎞, 그 외 도로는 시속 30㎞로 낮춘다. 아일랜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속 60㎞로 주행 중인 차와 사람이 충돌했을 때 사망 가능성은 85%이지만, 시속 50㎞의 경우에는 55%로 감소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민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다. 시는 시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난 3월 100명으로 구성된 ‘교통정책 시민참여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업에 공감하는 분도 있었지만, 우려를 보이는 분도 있었다. 차량 정체가 증가하고 택시 요금도 올라가는 등 불편이 늘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자 언론사·시민과 함께 실증조사를 했다. 동일 구간을 시속 50㎞와 시속 60㎞로 각각 주행해 보니 평균 시속 15㎞로 주행하면 약 2분의 차이가 있었다. 택시 요금 차이도 100~200원에 불과했다.

‘안전속도 5030’ 사업은 단순한 속도 하향 의미를 넘어 사람과 안전 중심의 교통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불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면 나도 보행자가 된다’ 는 슬로건처럼 세상에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없다. 박진옥 부산시 교통혁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