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 취급 관행 남아 있어
- 실습생 임금체불·폭행 등 피해
- 조기취업 아닌 준비기간 인식
- 업체, 부당노동행위 근절 필요”
2017년 부산의 한 특성화고 학생 4명은 해운대구 A사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이들은 수시로 오후 8시까지 연장 근로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학생들은 군 산업기능요원 대체복무가 가능하다고 해 지원했으나, 실상은 대체복무가 불가능한 회사였다.
애초 약속했던 직무와 다른 업무를 떠맡은 일도 부지기수였다. 학생들은 “학교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이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직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복귀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부산고용노동청의 중재와 시교육청 담당 장학사의 진상 조사가 이뤄지면서 임금 문제 등이 해소됐다.
2016년 사하구 B사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한 남학생은 동성인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심리치료 등과 같은 조처가 필요했지만 학교 측은 취업률을 높이려고 해당 학생을 일주일 만에 다른 회사로 전직시키는 데 그쳤다. 2014년 부산의 한 마이스터고 학생은 강서구 C사에 입사한 뒤 밤 9시 이후까지 근무하는가 하면 “선배 말을 무시한다”며 선임이 발로 차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학생이 복귀하자 오히려 학생에게 사유서를 쓰게하고 봉사활동 일주일의 징계를 내렸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임금 체불, 성추행 등 피해를 겪는 사례가 속출하자 시민단체가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전교조 부산지부 등은 기업체 현장실습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직업계고 현장실습 유족 부산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제주도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이민호 군의 아버지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실습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근로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현장실습이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장실습을 통해 조기 취업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습 기간 충실히 취업 준비를 해 졸업 전에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여전히 현장실습생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권장하고, 근로자 취급을 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면서 “표준협약만 체결하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학생들이 피해 입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