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부분도 구청장 결재 받아야
- 올해는 주민 소통 간담회도 안해
- 일부 직원 사직 결심·내부 고발
부산에서 유일하게 기초지자체가 출자·출연한 문화재단인 금정문화재단이 설립 취지와 달리 ‘주민 모으기용’ 행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금정문화재단 일부 직원과 지역 예술인들 설명을 종합하면 재단은 최근 구의 간섭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내부 전결로 처리된 행사 공연팀 식비나 행사 포스터 제작 비용 등 작은 부분까지 현재는 이사장인 구청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본질적 사업인 주민밀착형 활동은 가로막히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재단 산하 서동예술창작공간은 지난해까지 주민이 원하면 별도의 비용 없이 공간을 빌려줬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금정구에 있는 한 인문학 단체는 올 하반기부터 서동예술창작공간을 대관하지 못하게 됐다. 이 단체는 수년간 해당 공간을 빌려 활동을 해 왔으나 갑자기 대관이 중단된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있는 단체’라는 이유에서다. 이 단체는 지난해 창작공간 인근에서 음식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이 축사를 한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해당 단체가 같은 행사를 더는 진행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상부’에서 대관을 해주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앞으로는 대관료도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예술인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재단 본연의 사업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재단은 지난해 주민과 예술인의 연대를 지원하는 ‘지속가능 문화환경’ 분야에 1억8770만 원을 투입해 10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까지 3개 사업에 3310만 원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지난해 주민과 50차례 넘게 간담회를 열었으나 올해는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단 안팎에서 비판과 함께 자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단 관계자는 “과거 ‘네트워크 구축’이던 재단의 운영 기조가 주민을 끌어모으는 사업으로 기울었다. 이사장(구청장)이 이런 사업을 원하고 있어서”라며 “재단이 구청장을 위한 이벤트 단체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송교성 실장은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은 지역 주민과 예술인을 이어주는 생활 영역의 사업을 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 공무원이 벌이는 일회성 행사를 대리하는 곳이 되지 않으려면 재단이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단 설영성 사무처장은 “조직 수반이 바뀌면서 생기는 변동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재단 본연의 거버넌스 기능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