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배출량 대폭 축소” 지시
- 구·군 “처리비 전액 부담 부당”

부산시가 ‘폐비닐 처리 대란’을 우려해 16개 구·군에 배출량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일선 구·군은 폐비닐 감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가 주문한 감축 규모가 큰 데다 재정 부담 탓에 우려를 표한다.

시는 오는 8월부터 폐비닐 배출량을 지난해보다 40% 줄일 것을 각 구·군에 지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군은 지난해 배출량의 60%만 지금처럼 강서구 생곡 재활용센터에서 무료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자체 예산을 들여 민간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시가 배출량 감축을 결정한 건 폐비닐 처리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곡 재활용센터는 2015년 10월 화재로 10개월가량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구·군은 이 기간 폐비닐을 계속 배출했고, 시도 반입을 허용해 센터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폐비닐 1만3000ｔ이 쌓였다.

센터는 적체된 폐비닐은커녕 현재 구·군이 배출하는 폐비닐을 처리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2015년 화재와 같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지면, 폐비닐 수거·처리가 중단되는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는 이번 감축을 통해 센터 여유 공간을 확보한 뒤 적체된 폐비닐을 조금씩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군은 시의 방침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감축 규모가 크고 별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감해한다. 구·군은 오는 8월부터 폐비닐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려고 2차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각 구·군이 편성한 예산은 1000만~2000만 원 수준이다. 사상구 관계자는 “7개월 치 폐비닐을 처리하는 예산만 1900만 원이다. 내년부터는 1년 치를 모두 구가 감당해야 해 재정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구·군도 마찬가지 사정을 들어 어려움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구·군의회는 시의 감축 지시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북구의회 김태식 의원은 “시가 내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갑자기 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이 아니라 매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시가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상구의회 조병길 의원은 “이번 감축 사태는 결국 시가 장기적인 쓰레기 처리에 실패해 빚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구·군에 배출량을 줄이라고 지시하고 처리 비용을 떠안으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