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지난달 축제 기간 전시한 모래 조각품을 부수는 이벤트를 열기로 하자 이를 보는 시각이 분분하다. 공공 문화·예술 훼손 행위인 ‘반달리즘’을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참여형 문화 행사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해운대구는 오는 9일 오후 3시부터 ‘모래성 부수기 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 선착순 200명의 참가자 모집을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해운대모래축제 때 전시된 모래조각품 15점을 관광객과 시민이 허무는 행사다. 구는 그간 모래축제가 끝나면 중장비를 동원해 작품을 철거했다. 하지만 올해는 색다른 작품 철거 방식을 기획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만에 참가 신청이 끝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구는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대형 메인 작품과 입체 작품은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일부 시민은 행사 자체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이 애써 만든 공공예술조형물을 부수는 자체가 시민의 문화 감수성이나 교육에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반달리즘(vandalism)’을 조장한다는 비판까지 한다. 반달리즘이란 고대 게르만족 일파인 반달족이 로마를 침공하면서 자행한 문화 파괴에서 비롯된 용어로, 공공 예술문화 시설을 훼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또 일부 학부모는 모래 작품 제작에 쓰인 접착제가 작품을 부수 과정에서 몸에 묻으면 피부가 연약한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행사 과정에서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구가 경찰·소방 당국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행사 준비를 안일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구 측은 시민 참여형 축제의 하나로 행사를 기획했다며 문화 파괴행위로 보는 것은 야속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구 측은 나이를 고려해 참가 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부모와 동반하지 않는 아동은 행사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또 2017년 지역 전문기관을 통해 모래 조각에 사용된 접착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구 측의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 못해 관계 기관에 협조 요청을 안 했다”며 “작품별로 적정 인원을 배정해 행사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파가 한꺼번에 한 장소에 집중하는 행사 때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칫 사고가 날지 모르는 행사를 주먹구구로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젊은 시민들은 “전시 조각품을 만져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며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참여형 행사가 신선하다”고 호평했다.
한편 올해 해운대모래축제에는 나흘 동안 역대 최다 인파인 75만3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