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안위에 별도 검사 의뢰해야
- 피해 소비자 구제 어려워 포기
- “법 개정하고 정부·구·군 나서야”
A(35·부산 기장군 정관읍) 씨는 최근 어머니가 사용하는 황토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업체 측에 제품 교환을 요구했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주민센터에서 라돈 측정기인 ‘라돈아이’를 빌려 어머니가 10년째 사용 중인 황토침대에서 라돈을 측정했다. 그 결과 22Pci/ℓ의 라돈이 측정됐다. 이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인 4Pci/ℓ의 4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에 A 씨는 제품 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라돈아이로 측정한 수치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교환을 원하면 50만 원을 내라”며 A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A 씨는 관련 구제 절차를 확인했으나, 사실상 구제가 어렵다는 걸 알고는 결국 제품 교환을 포기했다.
지난해 5월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라돈 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지났다. 라돈 사태를 계기로 각 지자체가 ‘라돈아이’ 등 간이 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지만, 이 기기 측정치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데다 피해 구제 역시 쉽지 않아 정부나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소비자가 간이 라돈 측정기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을 발견한 뒤 교환·환불 등 구제 절차를 밟으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센터에 별도의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간이 측정기의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자체가 대여해 주는 간이 측정기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이 소비자 의뢰로 별도 검사를 하더라도 센터가 측정치를 공인하는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센터가 정밀조사에 나서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과 관련해 비슷한 피해 사례가 누적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해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센터의 측정 결과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더라도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가 해당 제품을 무상으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할 의무가 없다.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보상·환불 결정을 내려도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1년 전 문제가 된 대진침대도 처음에는 무상으로 교환해 주다가 얼마 뒤 교환을 중단했다.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시민이 라돈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지자체가 하는 일이라고는 공신력도 없는 간이 기기를 대여해 주는 것 외에는 없다. 라돈 측정부터 피해 구제까지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