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규모로 운영 탓 범행에 취약

법률사무소 여성 사무원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또 발생했다. 유사 범죄가 잇따르면서 부산변호사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함께 일하던 법률사무소 여성 사무원 A 씨를 추행하려 한 혐의(강제추행 미수)로 현직 변호사 B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B 씨는 지난해 9월 12일 밤 9시50분께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A 씨를 승용차 조수석에 태운 뒤, 신호 대기를 위해 차량이 멈춘 틈을 타 강제로 입맞춤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놀란 A 씨가 힘을 주며 버텨 B 씨의 추행은 미수에 그쳤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건 다음 날 경찰에 B 씨를 고소한 A 씨는 “B 씨가 추행하기 전 음담패설을 하고 혼잣말로 ‘오늘은 (집에) 안 보내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이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인증, 우울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는 남성 변호사·사무장이 여성 변호사·사무원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잦다. 여성 사무원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부산의 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부산변호사회 노동인권위원회가 소속 변호사와 사무원 등 2200여 명을 상대로 실태 조사한 결과 25%의 법률사무소에서 여성에 대한 추행 또는 희롱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여성 사무원들은 추행과 희롱을 자주 일삼는 법률사무소를 적은 명단을 공유한다. 피해자가 많지만, 법조계가 좁아 재취업 불이익을 우려해 이를 숨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변호사회는 지난해 실태 조사 이후 성폭력 신고센터를 설립하기로 해놓고 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연구원은 “법률사무소는 소규모로 운영돼 직장 내 성범죄에 취약해 보인다”며 “변호사회가 이제라도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