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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임 여성들이 만들어낸 ‘시민 청원의 기적’ /황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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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기획(국제신문 지난달 19일 자 1·3면 보도) 취재를 통해 만난 난임 여성들은 절박했다. 기자가 느낀 그들의 첫 번째 절망감은, 난임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 누구나 쉽게 임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계획’을 한다. 하지만 원하는 시기에 임신이 되지 않는다. 난임이다. 아이를 가질 수 있었던 황금 같은 기회들을 날려버린 셈이다. 그래서 난임 여성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보건소에서 ‘난소나이검사’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두 번째 절망감은 끝을 알 수 없는 시술의 과정으로 들어가는 데서 온다. 난임 시술을 받기로 마음먹는다. 시술에는 매일 호르몬 주사를 맞는 일부터, 자신의 몸에 주사를 놓는 일, 주사를 놔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까지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 포함된다. 임신에 실패한다. 이번에는 되겠지… 실패한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시작한 시술에 또 실패한다. 지금까지 시술 비용만 500만 원가량이 들어갔다. 이제는 계산을 하게 된다. 부산의 한 난임 전문병원 관계자는 “1, 2회 만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난임 환자가 10회를 넘긴다”고 말했다.

세 번째 절망감은 나 자신마저 잃을 위기에서 온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대부분의 난임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며 시술을 받는다. 매주 2, 3회 진료를 위해 ‘외출’을 해야 한다. 외출이 잦아질수록 눈치가 보인다. “임신에 또 실패했나 봐.” 주변 관심까지 신경 써야 한다. 맞벌이를 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월 기준소득(2인 합산 약 523만 원)을 쉽게 넘긴다. 직장 일에, 스트레스에, 비용까지 따지면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임신에 전념하는 편이 낫다. 경력이 단절된다. 한 난임 여성은 “직장을 그만뒀는데 임신까지 실패하면 나에게 뭐가 남을지 모르겠다”고 울었다.
부산시가 지난 7일 발표한 난임 대책으로 부산의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준소득 180% 이상에도 난임 시술비를 10회 지원한다. 결혼 후 1년 동안 임신이 안 되면 난소나이검사비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을 넘어, 정책 뒤편에 보이지 않는 난임 여성들의 자존감까지 높여준 것이다. 시의 대책은 난임 지원을 향한 난임 부부들의 강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청원 글 하나와 3000건이 넘는 공감으로 행정을 바꾸는 작은 기적이 이뤄졌듯, 그들의 가정에도 귀한 아이가 오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사회부 hwangy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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