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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회사 부도 아픔…불굴의 의지로 재기해 성공가도

환공어묵 이종규 사장

이야기 공작소- 어묵따라 원조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7 19:00:5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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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살 나이에 환공어묵에 입사
- 10년 지나 독립 사업체 시작
- 옛 회사 위기 소식에 거액 투자
- IMF 터지며 공장 경매 넘어가
- 5차 입찰서 운좋게 다시 회수
- 주변 도움·은행 대출로 새 출발
- 두명의 아들 대이어 경영 ‘뿌듯’

- “힘겨워도 주저 않지는 마세요
- 다시 일어설 기회는 많습니다”

환공어묵은 부산어묵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부산어묵의 원조 격에 해당하며 해썹(HACCP) 인증 마크를 단 제품이다. ‘부산어묵’ 하면 ‘환공어묵’, ‘환공어묵’ 하면 이 사람, 이종규(1940년생)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종규 씨와 환공어묵의 인연은 1961년부터 시작되었다.
   
환공어묵의 이종규 사장이 업체의 상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박재완
“부산으로 와 일을 함 배워보는 게 어떻겠노.”

이종형인 서엽 씨의 권유였다. 서엽 씨는 환공어묵 설립자인 서동진 씨의 아들로, 이종규 씨와는 이종사촌 간이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씨는 1961년 22살 되던 해에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 부산으로 왔다. 환공어묵에 입사한 후 틈틈이 어묵 제조기술을 익힌 이 씨는 1971년 이 회사에 입사한 지 10년이 되었을 때 영주동시장에서 ‘영성식품’이란 상호를 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3년 뒤에는 다시 부평깡통시장으로 들어왔다. 영성식품이 번창하여 그동안 시장 안에 건물을 사 두었기 때문이다. 장림에도 땅을 사 공장을 지어 올렸다.

1990년 이종규 씨는 20년간 경영해 왔던 영성식품 건물과 공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임대를 하게 된다. 그때 서엽 씨가, 독립해 나갔던 이종규 씨에게 환공어묵 점포에 임대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해 왔다. 그 사이 설립자인 서동진 씨는 작고하였고, 아들 서엽 씨가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하고 있었다. 이종규 씨는 생각했다. 어묵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도 환공어묵이었고, 어묵 기술을 익혀 공장을 차려 나가기까지 모태가 되었던 장소도 환공어묵이 아니었던가. 이 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 부도 난 상황서 도움의 손길들

   
포장된 환공어묵 제품.
그로부터 7년 후인 1997년 3월, 서엽 씨가 다시 이종규 씨를 찾아왔다. 어두운 얼굴이었다.

“27억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나를 좀 도와주면 안 되겠나.”

“27억만 있으면 다 해결되겠습니까?”

“그래, 그 돈만 투입되면 회사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종규 씨는 깊은 생각 끝에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 그 전에 형님이 해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 말대로 해 주신다고 하면 그리 해보지요. 우선 생산직 종업원 주·야간 합해 160명 되는 인원을 110명으로 맞춰 주이소. 사무실 직원도 40명에서 15명만 남기고 내보내고요. 형님도 앞으로 딱 3년 동안은 회사 운영에서 손을 떼셔야 합니다. 형님하고 저하고 경영 방식이 서로 다르다 아닙니까. 제가 하는 방식대로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3년 뒤에 회사 빚은 다 못 갚는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정상화되도록 해서 형님께 그대로 다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저한테 원금 27억만 돌려 주이소.”

그 당시 영성식품으로 일군 이종규 씨의 재산은 상당하였다. 이 씨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지만 자신을 있게 한 환공어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형과 같았다. 서엽 씨는 동생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때부터 각종 서류에는 이종규 씨의 도장이 찍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씨가 막상 환공어묵의 회사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27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부채의 규모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액수였다. 이 씨는 이리저리 융통을 해 55억을 쏟아부었다. 그해 11월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IMF 사태가 터진 것이다. 거래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자금 회수가 되지 않았다. 결국 1998년, 환공어묵은 부도를 맞았다. 3년 전에 신축한 김해 진례공장이 경매에 나왔다. 이종규 씨의 모든 부동산과 재산에도 경매 딱지가 붙었다. 이 씨가 20년 동안 영성식품으로 일궈 왔던 전 재산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말이요, 참 신기한 일도 다 있지요. 지금 생각해 봐도 참 꿈 같은 일인데요. 공장을 낙찰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매에 넘어간 공장을 다시 찾는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1999년 3월에 5차까지 경매에 나왔었지요. 5차에서 잡았습니다.”

부도가 난 상황에서 누가 도움을 줄까. 그런데 이종규 씨에게는 그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장 낙찰을 받아보라며 선뜻 큰돈을 건네준 이가 나타나더니 뒤이어 몇몇 사람이 힘을 보태 주었다. 이종규 씨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계약금 치른 영수증을 들고 은행을 찾아가니 은행이 다시 도움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2년 뒤에, 이번에는 환공어묵 본점이 있는 건물이 또 경매에 나왔어요. 지금 바로 이 건물이지요. 그것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았습니다. 어느 해는 10억이 좀 넘는 자금이 필요해 은행을 갔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그 사이 제가 가진 땅의 공시지가가 올라버린 겁니다. 은행에서 두말도 하지 않고 10억을 해 주었어요. 그 다음 해에 가니 또 공시지가가 올랐다 하고, 그 다음 해에도 또 올랐다 하고…. 그 바람에 회사가 살아났지요.”

■ 불굴의 에너지 속 겸손한 말투

   
매장에서 운용 중인 소규모 어묵 생산설비.
“참 고마웠어요. 맨몸뚱이 하나로 시작해 몇십 년 동안 남부럽지 않게 재산을 일구었다가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졌을 땐 정말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주어지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세상이 고맙고, 손님들이 고맙고, 업체들도 고맙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고맙지 뭡니까. 그래, 생각해 낸 것이, 얼마라도 매월 일정 금액을 떼어 몇몇 기관에 두루 기부를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했지요.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겁니다. 마음의 빚이 가슴에 무겁게 남아 있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게 15년째네요.”

멋진 사람이다. 단단해 보이는 얼굴 너머로 느껴지는 겸손과 넉넉함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 같았으면 좌절해 일어나지도 못할 상황에서 어떻게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불굴의 의지,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종규 씨에게서 뜻하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가 따로 있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내가 네 살 때, 바로 밑에 동생이 막 돌이 지났을 때였죠. 말도 못 할 정도로 설움도 많았어요. 그 서러움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를 앙다물고 버텼죠. 큰 설움이 내겐 오히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린 날, 젊은 날에 돈 있고, 힘 있고, 권력 있는 많은 사람을 봤지요.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보다 못 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결심한 것이 있었습니다. 난 나중에 잘되었을 때, 성공했을 때 절대 저런 사람들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그런 마음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이종규 씨의 얼굴이 붉어진다. 지난했던 그의 삶이, 채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 가슴속 설움이 여전히 울컥, 하고 가슴을 치받는 모양이었다. 이 씨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 작년에 새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영정 사진 앞에 앉아 돌아가신 그분 얼굴을 들여다보노라니 사진 속 얼굴이 어찌 그리 인자하게 보일까요. 그러다 문득 깨달음 하나가 가슴을 치는 겁니다. 어머니한테 새 집을 하나 못 지어 드렸구나.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그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옛날에, 잘살던 시절에 1억, 2억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골집 하나를 번듯하게 지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 했어요. 이게 그리 후회가 될 줄은….”

“좋은 에너지든 나쁜 에너지든 우리 인생은 우리를 어디론가 끌어가는 힘이 있어요. 그걸 잘 활용하면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살아 보니 젊은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 주고 싶어요. 좋아도 그렇게 좋은 게 아니고, 나빠도 그렇게 나쁜 시간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진정성은 역시 큰 힘을 지니는 법이다. 22살 앳된 얼굴에서 우직하게 한평생을 외길로 걸어와 노인의 얼굴로 바뀌어 버린 이종규 사장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왜소한 체격, 진솔하고 겸손한 말투, 하지만 결기에 찬 표정. 환공어묵의 명성이 오늘날까지 계속될 수 있게 한 산증인의 모습이다.

   
환공어묵은 이제 대를 이어 연결되고 있다. 큰아들, 작은아들이 모두 환공어묵의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부산어묵이란 브랜드를 전국에 알린 환공어묵은 미래에도 최고로 맛있는 부산어묵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김민수 ㈜플랫폼 대표·작가

※ 공동기획: 부산중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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