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아, 오늘은 돈 들어간다’고 외치며 구체적인 돈의 액수까지 제시하곤 했는데, 그 숫자가 하나도 안 틀렸어요. 한 동은 100마리, 한 접은 1000마리이니, 이것으로 계산하셨던 거지요. 망루 위에서 보면 그날 잡은 숭어를 팔면 얼마가 될지 알 수 있거든요.”

부산 강서구 대항 새바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구문자(여·62) 씨가 전한 가덕도의 전통 숭어잡이(육소장망) 어로장(망수, 망보는 사람)이던 선친에 관한 얘기다. 구 씨는 5대째 대항마을에서 살고 있다. 구 씨의 집안사람도 현재 어로장을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토박이 숭어잡이 집안이다. 구 씨는 “어부의 고령화 영향 등으로 전통 숭어잡이가 기계식으로 바뀐다. 내용이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데다 어민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겠지만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숭어잡이를 길이 남길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가덕도 대항포구 어민들의 육소장망 숭어잡이는 ‘기다림의 어법(漁法)’이다. 들망어업이라고도 불린다. 숭어가 자주 드나드는 물목에 그물을 깔아 두고 기다리다가 육지의 망루에서 망수가 물의 빛깔과 물속 그림자를 보고 숭어 떼를 감지해 신호를 보내면 배에 탄 어부들이 재빠르게 그물을 올려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다. 숭어는 빠르게 헤엄치는 까닭에 그물 쪽으로 오자마자 제때 그물을 들어 올리지 못하면 허탕을 치고 만다. 바다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숭어잡이에 진득하게 세월을 녹인 망수가 결정한다.

육소장망에는 36명의 어부가 동력이 없는 소형 목선 6척에 나눠 타고 한 팀으로 참여한다. 기계식 어법에서는 목선 대신 기계식 장비를 숭어가 다닐 만한 물목에 설치하고 망루에서 망수가 신호를 보내면 와이어 레버를 당겨 그물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고기잡이에 나선다. ‘기다리는 어법’ 측면에서는 전통 어법과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기계식이라는 점에서 자원 관리를 통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지향하는 게 남은 과제다.

오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