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서 오가며 돌봐주던 누나
- 흉기로 무참하게 찔러 숨지게
- 시신과 나흘간 함께 지내기도
- 경찰 조사서 범행동기 횡설수설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국제신문 지난달 18일 자 1면 등 보도)에 이어 부산에서 또다시 조현병 환자가 친누나를 무참히 살해했다.

	50대 조현병 환자가 친누나를 살해한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 앞에 1일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사하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서모(58)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서 씨는 지난달 27일께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여·61)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현병을 앓는 서 씨를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서 씨의 범행은 사건 발생 추정일로부터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에야 밝혀졌다. 이날 오후 5시7분 사하구 정신건강센터 직원이 서 씨 집으로 찾아갔지만,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 서 씨는 30여 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 정신건강센터와 사회복지관의 관리를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누나는 지난달 24일 동생을 돌보려고 부산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베란다 창문으로 진입해 안방에서 숨져 있는 누나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누나는 흉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 경찰은 집 안에서 범행 도구로 보이는 흉기도 찾았다. 서 씨는 다른 방에서 옷을 벗은 채 문고리를 잡고 버티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서 씨가 누나를 살해한 후 시신과 함께 며칠을 지낸 것으로 보인다”며 “서 씨는 ‘누나는 어디 있느냐’는 복지관 직원의 물음에 ‘자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서 씨의 누나가 지난 27일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각을 밝히기로 했다.

서 씨는 경찰이 범행 동기를 묻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횡설수설했다. 전남 목포시 출신인 서 씨는 2017년 부산으로 와 2018년 5월부터 지금의 집에 살았다.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변변한 직업이 없어 누나가 2남 3녀인 가족을 대표해 목포와 부산을 오가며 서 씨를 돌봤다.

누나는 지난달 24, 25일 이틀간 복지관 직원과 서 씨의 상태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서 씨가 과거부터 병원에 입원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도 울고 빌면서 ‘입원만 안 시키면 뭐든 하겠다’고 해 누나가 ‘지켜보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지난 2월 1일부터 한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지금까지 4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다. 나정현 사하구보건소장은 “지난 1월 28일 서 씨를 그냥 두면 위험할 것으로 판단해 정신병원에 행정 입원시키려고 누나를 비롯한 가족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서 씨는 이후 지난 2월 1일 자의로 입원했고, 같은 달 28일 스스로 퇴원했다”고 전했다.

서 씨는 앞서 지난 3월 9일 낮 12시15분 집 안에서 페트병으로 벽을 계속해 치는 등 이상 행동을 해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당시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 씨에게 엄중히 경고한 뒤 철수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