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안대교 충격 따른 파괴 수준
- 음주운항 증명 방법 공방 벌여
- 시, 피해규모 파악해 민사 검토
음주 상태로 운항하다가 계류 중인 요트와 광안대교를 잇달아 충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선박 선장(국제신문 지난달 1일 자 9면 등 보도)이 사고 당시 음주·도주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23일 부산지법 형사6부(최진곤 부장판사) 심리로 선장 S(43) 씨의 업무상 과실 선박 파괴 등 혐의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 공소 사실을 보면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5998t) 선장 S 씨는 지난 2월 28일 오후 부산 용호부두에서 술을 마시고 출항해 비정상적 운항 지시로 요트와 바지선을 충돌했다. 또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도주하려다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S 씨 변호인은 “요트와 광안대교를 충돌해 부산시민께 심려와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면서도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우선 “요트·바지선을 충돌한 1차 사고 후 수심이 얕아 선박 좌초 등 추가 사고를 막으려고 이동했을 뿐 도주하지 않았다”며 “충돌한 요트가 ‘파괴’ 수준에 이르렀는지도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이어 “광안대교 차량 통제는 충격 자체로 이뤄진 게 아니라, 교량 안전 점검을 위한 것이므로 업무상 과실 일반 교통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S 씨의 음주운항을 증명하는 방법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S 씨는 “사고 이후 술을 마셨는데 왜 이전에 마셨다고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씨그랜드호 정박 후 S 씨 음주 측정 결과(혈중알코올농도 0.086%)는 그가 주장하는 음주 시간과 양으로 분석했을 때보다 높은 수치”라며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S 씨의 음주 시간과 양이 정확하지 않은데 단순히 ‘1잔’으로 전제하고, 이를 토대로 복수의 의대 교수에게 자문한 건 증거로서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피고인으로 출석한 S 씨는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 이후 현장을 수습하려면 선장이나 선임 조수 중 한 명은 배에 남겨둬야 하는데, 설명도 없이 두 사람을 모두 잡아갔다”며 “당시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진술하게 한 것도 문제다”고 했다.
재판부는 각 쟁점에 대해 꼼꼼하게 증거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심이 낮아 좌초의 위험이 있었다는 주장(변호인)이나, 당시 바람이 불고 있었다는 사실(검찰) 등을 하나씩 확인할 테니 양측은 자료를 준비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공판에는 부산시 관계자도 참석했다. 시는 다음 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대로 씨그랜드호 선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가 추정한 광안대교 충돌 피해 금액은 28억4000만 원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