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생활폐기물 수집 민간 위탁 계약을 체결한 뒤 환경미화원 수를 부풀려 임금을 받는 수법으로 10여 년간 수십억 원을 빼돌린 청소업체 대표와 임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영구 A청소업체 대표 B(47) 씨와 임원 C(54) 씨를 구속했다. 또 D청소업체 대표 E(80)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 씨와 E 씨는 2003~2017년 수영구와 청소 용역 위탁 계약을 맺은 뒤 매년 2명에서 많게는 13명까지 환경미화원을 허위로 등록해 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구청으로부터 받은 임금 35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업체 상무인 C 씨는 장부에 허위로 올릴 직원을 모집해 통장을 보관하면서 구청으로부터 임금이 입금되면 인출해 B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F(45) 씨 등 명의 대여자 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C 씨에게 통장과 명의를 빌려준 F 씨 등은 청소업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없는데도 직원 장부에서 제외되면 퇴직 근로자인 것처럼 속여 실업급여를 신청해 500만∼800만 원씩 챙긴 혐의를 받는다.

B, E 씨 등이 빼돌린 임금으로 인해 실제 청소 업무를 담당한 환경미화원은 더 적은 인원으로 힘들게 일하고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수영구에 통보하고 임금 등 노무비를 횡령하면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을 위탁 용역계약서에 넣도록 권고했다.

경찰은 다른 지자체 민간 위탁 청소업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