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니, 새로운 인생이 열렸습니다. 건강도 회복하고, 부부 사이도 좋아졌어요.” “결혼한 이후 받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정박열(65) 김순례(64) 부부는 최근 부산 갈맷길 걷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부부가 함께 걸은 지 5개월여 만에 갈맷길 700리(278㎞)를 완주했다. 둘은 정 씨가 지난해 11월 13일, 김 씨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걷기 시작해 지난 16일 갈맷길 700리 대장정을 함께 마무리했다.

부산 갈맷길 700리 완주에 성공한 김순례(왼쪽) 정박열 씨 부부

애초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부부였다. 7년 전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정 씨는 이후 아내와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곧 그만뒀다. “예전에 갈맷길이라는 게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걸어볼 생각은 못 해봤죠. 그런데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단체를 알게 돼 운동 삼아 시작했습니다.”

걷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정 씨는 아내 김 씨에게도 걷기를 추천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김 씨도 점차 걷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 씨는 “집에만 있으니 우울해져 뭔가 새로운 일을 고민하던 중에 갈맷길을 만났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닦이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스는 바다를 따라 걷는 1-2구간이다. 기장군청에서 출발해 해동용궁사를 거쳐 해운대 달맞이길로 이어지는 코스다. 정 씨는 “아내와 처음 같이 걸었던 코스라 기억에 남는다. 그날따라 날씨도 좋았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걷는 사이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김 씨는 “집에 있으면 TV나 보고 오히려 대화할 시간이 없다”며 “갈맷길 1개 코스를 걷는 데 적게는 4~5시간, 많게는 6~7시간이 걸린다. 이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고 웃었다.

둘은 바다뿐 아니라 강과 산을 지나는 갈맷길의 매력이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정 씨는 “차로 다니는 것과 걷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산복도로를 지나면서 몰랐던 부산의 역사·문화도 배울 수 있다”고 추천했다.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갈맷길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김 씨는 “갈맷길 인증 스탬프가 망가지거나 잉크가 없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갈맷길을 완주했지만, 이 부부의 걷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정 씨는 “갈맷길은 같은 구간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걸었던 구간도 다른 계절에 다시 걸어보며 올해 안에 모두 눈에 담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씨도 “내 다리가 허락할 때까지, 갈맷길이 없어질 때까지 걷고 싶다”고 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