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됐지만
- 동아대 ‘디지털 복원’고수 전망
“아이고, 집에 아들 사진도 없는데…마 그냥 살아 나온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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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에서 열린 ‘6월항쟁도 빛봄 문화제’에서 고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 박영옥 씨 등 참가자들이 벽화를 가린 담쟁이덩굴을 잘라내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고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 박영옥(88) 씨는 지난 19일 오전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찾아 오랜만에 아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날 동아대 6월항쟁도를 뒤덮은 담쟁이덩굴 일부를 잘라내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빛을 봤기 때문이다.
동아대 6월항쟁도 벽화복원사업추진위원회는 이날 ‘6월항쟁도 빛봄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 말미에 이 열사가 성조기를 찢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을 중심으로 담쟁이덩굴을 제거했다.
직접 항쟁도를 그린 박경호 작가도 이날 문화제에 참석해 직접 담쟁이덩굴을 잘라냈다. 박 작가는 “속이 시원했다. 생각 외로 이 열사 얼굴이 잘 보존돼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복원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이 행사를 의식한 듯 최근 벽화 앞에 ‘6월항쟁도는 복원을 준비 중이니 벽화와 담쟁이덩굴을 훼손하면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경고 팻말을 설치했다. 24시간 CCTV로 감시 중이라는 문구도 있는데, 실제로 벽화 맞은편 가로등에 CCTV 2대가 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동아대 박지현 사무처장은 “CCTV는 벽화를 관리하고 사고 위험이 있는 주차장 입구를 비추기 위한 것”이라며 “문화제와 관련한 입장은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시작 전 교직원이 벽화 앞을 막아서는 등 긴장감이 조성됐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동아대 6월항쟁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6월 항쟁을 주제로 그린 벽화로 알려져 있다. 전국 68개 대학 민주동문회와 부산지역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벽화복원사업추진위를 구성하고 담쟁이덩굴이 가린 6월항쟁도 복원을 추진했다. 동아대는 지난해 학술대회에서 제시한 ‘디지털 복원’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추진위 측은 ‘본래 벽화를 복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동아대 민주동문회 최지웅 사무국장은 “오늘 행사는 그동안 논의와 협의를 요청해도 답하지 않은 학교가 우리들의 뜻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