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피의자 안 씨 체포과정서
- 실탄 쏘며 15분간 긴박한 대처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는 정신질환자 안모(42) 씨의 방화·흉기 난동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관리소 직원의 헌신적 대처 덕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 현장이 검게 그을려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이 아파트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야간 당직을 서던 정모(29) 씨는 새벽 안 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관리소에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303동 사건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정 씨는 현장으로 가던 중 흉기를 들고 2층 계단에서 기다리던 안 씨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정 씨는 이때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다. 그러나 얼굴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상황에도 집마다 문을 두들기며 주민들을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그는 불이 번지고 안 씨의 칼부림이 계속되는데도 주민들을 돌봤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현장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정 씨는 끝까지 바깥에서 쓰러진 주민들을 119구조대와 함께 돌봤고, 다친 주민이 모두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야 마지막으로 구급차에 올랐다. 이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정 씨는 평소에도 책임감이 투철했다”며 “정 씨의 헌신적 노력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안 씨를 향해 공포탄과 테이저건에 이어 실탄까지 쐈지만,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31분 화재 신고로 119 공동대응 지령을 받았다. 4분여가 지난 뒤 인근 개양파출소 순찰차 2대가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경찰들은 대피 중인 주민 일부를 먼저 후송한 뒤 2층 복도에서 흉기를 들고 있는 안 씨와 마주쳤다. 15분여간 안 씨와 대치한 경찰은 공포탄을 발사한 뒤 테이저건을 쐈다. 하지만 안 씨가 입고 있던 옷이 너무 두꺼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안 씨가 거세게 저항하자 다시 공포탄을 쏜 뒤 다리를 겨냥해 실탄을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재차 실탄을 쏘려 하자 안 씨는 양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모두 집어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다. 경찰은 안 씨의 손에서 흉기가 떨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장봉을 이용해 그를 제압했다.

경찰은 안 씨를 상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검사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해세력이 있다”고 말하는 등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배지열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