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점·공원·주거지 등

- 장소 구분없이 잇단 참극

- 관련범죄 연구·예방 절실

‘묻지 마’식 극악 범죄가 길거리 카페 공원에 이어 가장 안전해야 할 주거지까지 덮쳤다. 허술한 사회 안전망 탓에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를 범죄에 시민의 공포는 갈수록 커진다.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안모(42) 씨가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흉기로 무참히 찔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안 씨는 이날 새벽 4시29분 이 아파트 303동 4층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싱크대에 뿌려 방화하고, 양손에 흉기를 든 채 2층 계단에서 기다렸다. 이후 불길과 연기에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계단으로 내려오자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안 씨의 방화·흉기 난동으로 70대 남성 1명, 60대 여성 2명, 30대 여성 1명, 12세 여자 어린이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외에도 주민 6명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7명이 연기를 흡입해 치료받는 등 모두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층 계단과 입구에서 3명, 2층 복도에서 2명이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은 공포탄 테이저건 실탄을 쏘며 안 씨와 대치하다, 그의 손에서 흉기가 모두 던져진 후에야 장봉으로 제압했다. 체포 당시 안 씨는 “체불 임금”을 언급해 범행 동기를 추측하게 했지만, 프로파일러를 동원한 경찰 심문에서는 애초 발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안 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되고, 이웃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이 안 씨의 정신병력 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이번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인다.

경남 진주경찰서 정천운 형사과장은 “안 씨가 조현병으로 1년간 치료받은 적이 있고, 이웃 주민들과 층간 소음 등으로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피해망상증적 면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살인 등 혐의로 안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안 씨의 범행이 묻지 마 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정신질환자인 안 씨는 명확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극단적 분노를 표출했다. 최근 같은 유형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6일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는 이모(21) 씨가 공부하던 다른 손님을 흉기로 찌르고 난동을 부렸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에서는 20대 남성이 아무 이유 없이 50대 여성을 때려 숨지게 했다. 같은 시기 인천 동구 한 공원 앞에서는 60대 남성과 30대 여성 행인을 잇따라 흉기로 찌른 남성(58)이 검거됐다. 범행 동기는 모두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묻지 마 범죄를 사례별로 유형화해 대응하는 등 사회적 병리를 막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국대 이웅혁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사회적 외톨이가 얼마나 많고, 또 그들이 어떤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수 배지열 신심범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