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의료계와 여성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7년 전 낙태죄 합헌 결정 때처럼 또다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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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형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낙태죄 유지에 찬성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헌재의 결정에 아쉬워 하는 모습. 이용우 기자 |
부산지역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대체로 환영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낙태죄 폐지 찬반 논쟁과 별개로 낙태한 산모와 의사를 처벌하는 데 반대해 왔다. 현행 형법 제269조와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을 한 경우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법에 규정된 5가지 예외 상황이 아니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도 대부분 범죄자가 될 우려가 컸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태화(고신대 의과대학 교수) 부산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낙태죄가 있다”며 “산모 상황을 고려해 어쩔 수 없는 시술을 하고도 범법자로 몰리던 산부인과 의사들도 모두 이번 헌재 결정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정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낙태 시술을 한 의사들의 법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낙태를 쉽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겨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다소 아쉬워했다. 헌재가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앞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할 공이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변정희 대표는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수많은 여성단체가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는데 헌재 결정으로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제 국가가 여성의 몸을 생산 도구화하는 역사를 종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이번 사안을 놓고 여성계와 종교계가 극심하게 대립해온 것을 고려하면, 원내 정당들이 법 개정 과정에서 표를 의식해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종교계는 헌재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부산기독교총연합 서창수 대표회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명목으로 태아의 생명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아주 우려스러운 결정”이라며 “국가는 낙태 허용이 아니라 여성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방침을 세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했다. 부산천주교구청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입장이 같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헌재 결정이 나온 뒤 “헌재의 결정은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