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책임 주체로 명시된 후
- 동구에 도로점용 대상 포함 요구
- 구 “상위인 시 조례가 먼저” 반발
- 동상은 두달간 보호 못받고 방치
3·1절 100주년인 지난 1일 “소녀상을 품겠다”고 했던 부산시의 선언은 말뿐이었다. 관련 조례 개정 이후 관리 책임을 담당 지자체인 동구에 떠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서 양측 공방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인다. 시와 동구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외롭게 방치돼 있다.
동구의회 남영심 의원은 최근 구정 질문에서 “소녀상을 합법화할 수 있는 기관은 동구가 아니라 부산시”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남 의원은 12일 “오거돈 부산시장의 ‘소녀상을 품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도록 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동구의회가 ‘발끈’하고 나선 건 시와 시의회가 소녀상 관리 책임을 동구에 은근슬쩍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시의회는 부산시를 소녀상 관리 책임자로 지정하는 소녀상 보호 조례 개정안을 통과(국제신문 지난 1월 29일 자 9면 보도)시켰다. 그런데 시가 소녀상을 관리하려면, 도로법 시행령의 구체적 내용을 지자체 조례로 규정해야 한다. 도로 점용 허가 대상에 소녀상 같은 ‘역사 관련 조형물’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와 시의회는 동구가 이런 내용을 넣어 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동구와 동구의회는 “검토 결과 구 조례가 상위인 시 조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가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며 시가 직접 조례를 개정하라고 맞섰다. ‘부산광역시 도로 점용 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 조례’를 보면 도로 점용 허가 대상은 ‘전통시장 상인이나 고객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차양, 비 가리개, 이 밖에 유사한 시설’이라고 규정돼 있다. 남 의원은 “시 조례에 따라 구가 권한을 위임받는 것”이라며 “구가 조례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구와 동구의회는 지자체가 기관 위임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2000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든다. 판례는 ‘권한 위임의 범위는 계획의 결정 및 변경 등 중요한 사항이 아닌 단순 사무’라고 판시한다.
여기에다 시는 부서별로 동구가 자체적으로 조례를 개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엇갈리는 판단을 내놔 혼란을 부추긴다. 소녀상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과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공공 조형물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과는 “도로가 시 소유 재산인데 어떻게 조형물을 동구 마음대로 세우느냐”며 정반대 견해를 밝혔다.
국제신문 취재가 계속되자 시는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구 조례를 개정하라는 방침을 공식 전달하진 않았다. 시 조례를 바꾸는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