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재판서 “술취해 그날 일 기억안나
- 당시 의사결정 능력 부족했다” 주장
- 변호인은 재판부에 정신감정 요청도
- “형량 줄여줘선 안된다” 여론 고조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 ‘자유관’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대학생(국제신문 지난달 17일 자 6면 등 보도)이 법정에서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또다시 공분을 샀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심신미약 감경’ 반대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부산대 기숙사 여학생 등은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며 크게 반발했다.
29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부산대 재학생 A(26) 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A 씨는 지난달 16일 새벽 1시30분 술을 마시고 자유관에 몰래 들어가 계단에서 마주친 여학생의 입을 막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바지 벨트를 푼 채 한동안 기숙사 복도를 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증거에도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A 씨가 범행 때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평소 A 씨 주량은 소주 한두 병 수준이다. 그런데 범행 당일에는 4병 이상 마셔 만취했다”며 “A 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범행 때 일어난 상해 또한 의도를 가지고 가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A 씨는 범행 이전에도 몇 차례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증상을 몇 번 경험했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정할 수 있나. 사건 기록으로만 판단하겠다”고 요청을 물리려 했으나, 알코올 중독 감정을 받고 싶다는 변호인의 거듭된 요구에 “일단 정신감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부산대 학생들은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부산대 여성주의 동아리 ‘여명’ 김현미 활동가는 “항상 성 관련 범죄 피고인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을 시도한다. 분노가 치민다”며 “음주 상태라는 점이 고려돼 형량이 낮아진다면, 그런 점이 여성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유관 사건을 포함해 각종 성범죄 피고인의 ‘음주 상태 범행 → 심신미약 주장’ 패턴이 반복되자 심신미약 감경을 반대하는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조두순 출소’ ‘포항 칼부림’ 등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형을 요청하거나 실제 감형된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수십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에는 120여만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답변을 통해 “부당한 심신미약 감경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었다. 최승희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