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듐. 플리커 제공

국내에 10조원 상당의 바나듐이 묻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놀라움을 자아냈다.

22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간한 전문서적 ‘바나듐(Vanadium, 광상·선광·제련·배터리)’에는 대전시, 충북 보은군, 충북 괴산군 일대에 상당량의 바나듐이 매장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바나듐 책자

바나듐은 차세대 배터리와 고강도 철강 등에 널리 쓰이는 희소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에서 바나듐은 33개의 중요 광물 중 하나로 관리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바나듐을 중국 등에서 전량 수입해왔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로 미국을 뒤로하고 바나듐 생산국 세계 5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책, 바나듐 배터리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보다 더 빨리 충전되고 더 오래가며, 가볍다는 장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된 화재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전동스쿠터를 비롯해 킥보드와 드론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이 대중화되면서 배터리 과열이나 충전 중 폭발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최근 4년간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화재 접수가 100여 건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리튬이온 배터리에게 ‘안정성’이라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에, 산업계는 리튬의 대안이 될 만한 소재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노력의 결과 떠오르는 대안 중 가장 주목을 받아온 것이 바로 ‘바나듐’이다. 리튬과 마찬가지로 희소금속인 바나듐은 원자번호 23번의 원소로, 다른 희소금속들처럼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바나듐은 주로 강철에 소량 들어가 강철의 강도를 높여주며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이 10배 이상 길며, 폭발 위험성이 없다. 그러다 보니 바나듐은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자원의 희소성’이었다. 바나듐이 여러 곳이 활용되다 보니 가격이 치솟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바나듐의 가격 급등으로 철강업계가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공급부족을 겪는 바나듐은 오산화바나듐 가격을 기준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3년간 10배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의 희소식?, 10조원 상당의 바나듐의 진실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국내에 10조원 상당의 바나듐이 묻혀 있다는 조사 결과는 업계에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업계는 바나듐을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 특수강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까지 바나듐 가격이 너무 뛰어 바나듐을 포함하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만일 양질의 바나듐 공급처가 국내에도 생긴다면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희소식이 곧바로 바나듐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사 차원에서 매장량을 공식 확인한 건 아니다”라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검증 작업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현시점은 검증 초기 단계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바나듐이 이번에 발표된 양만큼 실제로 매장돼 있다고 검증 되더라도 채굴이 가능한지는 또 다른 문제다.

김수환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산학협력전담 교수는 “아무리 바나듐이 많이 묻혀 있더라도, 채굴 경제성이 부족하면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바나듐의 한계

그러나 물론 바나듐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3배 이상의 공간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 용도로 상용화되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바나듐 자체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유럽에서는 바나듐을 독성 물질로 규정하여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