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주의 안이한 작업 지시로
- 지게차 깔려 숨져도 집유 그쳐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중
- 업주 징역형 선고 0.5% 불과
- 징역 하한선 빠진 ‘반쪽’ 법 개정
산업 현장에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지만 책임자나 업체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때 업체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김용균법’이 지난달 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징역 하한선이 빠져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신형철 부장판사)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49)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또 A 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가 운영하는 수산물 보관창고에서 직원 B(36) 씨가 수조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B 씨는 수산물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려고 수조 사이를 옮겨가다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장 구조상 바닥에 물이 많아 미끄럽고 호스가 엉켜 있는 등 사고 위험이 높았지만 창고에는 안전난간이나 울타리 등 관련 시설이 전혀 없는 탓이었다.
업주의 안이한 작업 지시도 안타까운 죽음을 불렀지만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김용중 부장판사)은 지게차에 근로자(52)가 깔려 숨지는 사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C(39)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료판매업을 하는 C 씨는 가파른 도로에서 면허도 없는 근로자에게 비료 포대를 운반하는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안전사고 예방 대책 및 작업 방법 등을 담은 작업계획서도 없이 이런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 부산대 기숙사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작업자 추락 사망사고도 위험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현장 소장과 하도급 업체에 내려진 처벌은 300만~500만 원의 벌금형이 전부였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07~2016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은 1심 기준으로 5109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징역형 선고는 28건(0.5%)뿐이었다. 산업 현장 사망사고의 평균 벌금액도 2016년 기준 432만 원에 불과했다. 노동계가 사망사고 때 징역 하한선(1년)은 빼놓은 채 처벌 상한만 올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업주 상당수는 돈 많이 드는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차라리 벌금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개정에 징역 하한선이 포함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3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 현장에서 외부작업대 추락으로 인부 4명이 사망한 사고를 놓고 업체 관계자 9명과 법인 3곳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