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자본비율 0.8·5.8% 불과
- 자본 재구조화 협상 진척 없어

부산시의회의 백양·수정산터널의 내년도 재정부담금 예산안 전액 삭감 방침은 운영사인 ㈜맥쿼리한국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이례적인 압박 카드로 분석된다. 그동안 부산시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인하를 위한 자본 재구조화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진척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3일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와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2000년 1월과 2002년 4월 개통된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은 현재까지 MRG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맥쿼리는 실시협약에 명시된 백양·수정산터널의 자기자본 비율(25% 이상)을 매우 낮춰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원상 회복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지역 유료도로 5곳(백양터널, 수정산터널, 을숙도대교, 부산항대교, 거가대로) 가운데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의 자본 재구조화 협상이 가장 지지부진하다. 차입에 의한 자기자본비율이 백양터널의 경우 0.8%에 불과하고, 수정산터널 역시 5.8%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차입금 비중이 높아져 고스란히 이자 부담이 시민 혈세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투자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또 백양터널은 통행량 증가로 재정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백양터널의 통행료 수입은 예상치의 93% 수준이어서 MRG에 따른 보전금은 없지만, 요금 미인상 보전금(차량 대당 100~700원)을 지원해야 한다. 통행량이 2016년 7만8611대, 2017년 7만8450대, 올해 8만 대(추계)로 증가하는 추세다. 내년에는 8만1700대가 터널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산터널은 요금 미인상 보전과 통행량 저조로 실제 통행료 수입이 계획 당시의 63%에 불과해 MRG에 따른 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료도로법이 지난 1월 개정되면서 협상 카드로 꺼내 들 수 있게 됐다. 내년 1월 17일부터 시행되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보면 실시협약 변경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료도로법 개정안 제23조 5항(사정변경 등에 따른 실시협약의 변경 요구 등)은 실제 교통량 및 실제 통행료수입이 실시협약의 7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소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 대응이 불충분하면 실시협약을 변경하거나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도시안전위원회 소속 배용준(부산진구1) 의원은 “MRG 등 민간투자사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법안이 개정된 만큼 부산시도 합리적인 대책과 민자 유료도로에 대한 실시협약서 변경 등 적극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황석중 건설행정과장은 “백양·수정산터널의 재정보전금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맺어진 협약으로 시 입장에서는 불리한 점이 많았는데 맥쿼리 측과 재협상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 필요하다면 강제로 사업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부산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현황  (단위:만 원) 구분 총사업비 사업비 대비  민투 비용 통행량 수입 (~2017년 기준) 재정지원금 (~2017년 기준) 투자비용 대비 통행료 수익 +부산재정지원 2019년  예산 백양터널 (2000년 1월~2025년 1월) 893억2500 893억2500(100%) 3293억7400 451억2500  417.46% 41억1000 수정산터널 (2002년 4월~2027년 4월) 1280억6000 772억 원(60.3%) 2054억9500 1224억3800 424.78% 87억9000 ※자료 :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