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 구체적 해명않고 맞대응
- 서로 확인없이 감정싸움 해프닝

부산시와 기장군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고교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거칠게 충돌했다. 기장군이 먼저 시와 부산시교육청의 협약을 ‘을사늑약’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맞선 시는 기장군을 향해 “시민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시는 지난 9일 시민소통관 논평에서 “오규석 기장군수는 내용 확인도 없이 고교 무상급식 전격 실시라는 시와 시교육청, 시의회의 결단을 ‘을사늑약’에 비유하면서 시민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런 발언이 단순한 착오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 그 저의마저 의심스럽다”고 몰아붙였다.

전날 오 군수는 ‘내년 고교 1학년 무상급식에서 기장군이 제외됐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를 접하고 발끈했다. 오 군수는 “법과 원칙이 없는 시와 시교육청의 삐뚤어진 교육행정에 맞서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일제가 우리의 자주권을 말살하고 식민지화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맺었던 을사늑약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오 군수는 앞서 부단체장(부군수) 임명권 반환을 시에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면서도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이에 대해 시는 “같이 힘을 모으지는 못할망정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으로 시민을 우롱한 오 군수의 공개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공개적으로 오 군수를 비판했다. 그러자 기장군은 이번엔 지난 7일 3대 기관장의 무상급식 합동 기자회견이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반격했다. 기장군은 김석준 교육감의 ‘기장군에서 부담하는 부분을 교육청에서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는 발언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시와 시교육청은 “내년 기장군 내 고교 1학년 무상급식 비용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시와 시교육청이 부담할 계획이어서 오해가 생길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시와 기장군의 공방은 기장군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지만, 시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