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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8> 전문가 좌담

“부마항쟁 제대로 평가한 뒤 현 세대에 정신·가치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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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창간 71주년 기획인 ‘다시 쓰는 부마항쟁보고서’는 1979년 10월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각계각층의 인사와 장삼이사들의 목소리를 담아 진행됐다. 39년의 세월 동안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참가자들의 경험을 이끌어내 보다 완벽한 부마항쟁보고서를 쓰자는 취지였다.

지난 두 달여 간 일곱 번의 시리즈 기사가 보도되는 과정에 수많은 제보가 국제신문에 쏟아졌다. 당시 학생들부터 과일가게 점주와 전투경찰까지, 잊고 지냈던 부마항쟁의 선명한 기억들을 되살려 소중한 기록이 돼주었다. 지난 24일 오전 국제신문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에필로그-좌담회’에는 부마항쟁 관련자들이 모여 부마항쟁의 재조명을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은 부마항쟁이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역사의 포문을 연 위대한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현재를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 정신과 가치를 계승할 때 비로소 부마항쟁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7층 회의실에서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신재식 부마항쟁 참가자, 최용국 부마항쟁 참가자, 김화영 국제신문 기자, 고호석 부마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 이동관 부마항쟁 참가자가 좌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좌담회 일시: 10월 24일 국제신문 7층 회의실 

좌담회 참석자 ▷고호석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동아대 정치외교학과 78학번) ▷이동관(동아대 법학과 77학번) ▷신재식(부산대 사회복지학과 75학번) ▷최용국 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부마항쟁의 의미는.

▶고호석=민주화운동 역사에서 부마항쟁만 따로 떼어 얘기할 수 없다. 부마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사회에 정착시킨 하나의 사건이다. 부마항쟁이 포문을 열었고 이듬해 광주가 이어받았다. 이후 국민이 7년을 참고 견딘 끝에 1987년 6월 전 국민이 하나가 돼 이뤄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마항쟁은 정말 중요한 사건이다. 이것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선 5·18과 6월항쟁을 얘기할 수 없다.

▶이동관=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저항권이 발동돼 항쟁이라는 단어가 붙은 최초의 민주화운동이 부마항쟁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던 상황에서 부산대 학생들이 불씨를 댕겼고 시민이 호응하고 동조했다. 당시 지역민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독재타도를 외치는 모습을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봤고 이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로 이어졌다. 이처럼 부마항쟁은 더 이상 위정자들이 국민의 힘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 거대한 사건이다. 이를 외면해선 민주주의의 발전도 없다.

▶신재식=민중사관 쪽에서 보면 첫째 독재타도가 목표였다. 학생과 시민은 권력과 명예를 탐한 게 아니다. 누가 항쟁을 주도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민이 독재를 무너뜨린 게 부마항쟁의 핵심이다. 부산은 그동안 보수 진영이 정권을 계속 잡아 와 부마항쟁을 쉽게 말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하지만 모든 시민의 마음속에는 부마항쟁이 존재한다. 그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한다. 역사적 사실은 일회성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한다.

-부산대는 확실한 주도자가 존재하는 반면 동아대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난무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탓이 크다. 좀 더 구체적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면.

▶이동관=동아대는 전날 부산대 영향으로 시작됐다. 오전에 나를 포함한 법대생들과 만나 시위 시작을 전파하면서 연병장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유덕열 구청장 등이 속한 정치외교학과 학생들 그룹까지 합류하면서 세가 급격히 불어났다. 오전에는 정문 밖을 나오긴 했지만 20m도 채 가지 못했다. 계속 교내에서 흩어졌다 모이길 반복하면서 농성했고 누군가가 오후 6시에 부영극장 앞에서 모이자고 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게 됐다.

▶유덕열=17일 오후 합동교련이 있는 날이라 군복을 입고 가야 했지만 나는 시위를 할 생각으로 바지와 점퍼를 입고 등교했다. 교련수업을 시작하기 직전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전날 부산대 상황을 얘기하며 ‘우리도 나가 토론하고 목소리를 내자’고 했다. 학생들이 동조하면서 순식간에 운동장이 꽉 찼다. 정말 기세가 대단한 시위였다. 그렇지만 내게는 아픈 일이기도 했다. 나를 잡는다는 말이 들려 10월 20일 고향인 광주로 도망갔다가 이후 부산과 서울을 옮겨 다녔다. 결국 이듬해 서울 친구 집에서 수사관에게 잡혀 36일간 고문을 당했다. 고문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김대중에게 돈을 얼마나 받았느냐, 전라도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구타했다. 엉덩이 살이 다 벗겨서 엎드려 잠을 잘 수밖에 없었고, 매일 밤 다른 방에서 들려오는 고문 소리에 잠을 깨기 일쑤였다. ‘누구든지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인다’며 ‘여기서 한두 명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말도 섬뜩하게 다가왔다. 같이 고문받던 정광민은 수갑 찬 손에서 피가 계속 쏟아질 정도로 처참했다.

-내년은 부마항쟁 40주년으로 그 어느 해보다 부마항쟁에 국민의 관심이 높다. 40주년을 어떻게 바라보나.

▶최용국=부마항쟁은 철권통치가 지속되던 상황에서 민주화운동의 포문을 연 시민항쟁이다. 이듬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너무 참혹해 부마항쟁을 내세우는 게 혹시 광주에 누가 될까 싶어 부산 사람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면도 있다. 하지만 부마항쟁의 본질은 시민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마항쟁이 부산시민의 역사였다는 인식이 민주시민 진영에서 부족했다. 내년 기념식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부영극장에서 했으면 좋겠다. 부마항쟁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유덕열=항쟁 당시 우리 시민이 얼마나 억압된 상태에서 울부짖었나. 4·19혁명이 이승만을, 부마항쟁이 박정희를, 6월항쟁이 전두환을 무너뜨렸다. 희생자가 있었고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보다도 부마항쟁의 정신이 다른 운동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목숨 걸고 독재에 맞섰던 사람들을 위무할 수 있는 기회가 작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고호석=참 좋은 말씀들이다. 내년 40주년은 옹색하게 하고 싶지 않다.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는데 부마항쟁의 가치에 걸맞게 어떻게 기념하고 국민의 가슴에 부마를 심어낼지 고민이다. 언론과도 같이 중지를 모아서 좋은 결론을 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항쟁을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참석자 모두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 부마항쟁보고서 작성까지 꼭 다뤄야 할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신재식=부마항쟁은 시민항쟁이다. 국제신문이 더 대대적으로 당시 참여했던 시민을 발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산 시민이 부마항쟁에 자긍심을 제대로 갖도록 노력해주길 당부드린다. 너무 중요한 역사다.

▶이동관=마찬가지로 시민 참여자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당시 항쟁에 참여했더라도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을 분이 많다. 나 역시 수원에 살고 있다. 전국에서 국제신문의 기획기사를 접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좋겠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과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호석=이제부터라도 부마항쟁을 다시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진상규명이 안 된 게 너무 많다. 박근혜 정권에서 탄생한 진상규명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로 조사 기간 3년을 허무하게 보낸 측면이 있다. 소문으로만 돌던 사망자 확인도 필요하고 부상자들의 증거자료도 더 확보돼야 한다. 이 과정에 국제신문이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 돕는다면 정말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김화영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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