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대사의 ‘불일폭포’ 등
- 화개골 주제의 한시 읊고
- 오언절구·칠언절구 발표
- “한시 작법 맞춰 수준 높아”

주민들과 매주 한 번 하는 한시창작 공부와 한시 읊기 연습은 늘 즐겁게 진행됐다. 참석자 모두 술을 좋아하고, 매사 농담을 잘하며 긍정적인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이다. 전북 군산 출신의 김동혁 씨는 그럴 듯하게 판소리 흉내를 잘 냈다. 산골이지만 살아가는 방법이 각양각색이다.

지난 3월 화개골에 있는 카페 호모루덴스에서 목압서사 주최로 ‘제1회 자작 한시 읊기 대회’를 갖고 있다.

김동혁 씨는 된장을 담아 팔기도 하고 틈틈이 화개골의 차밭이나 집 짓는 곳에서 일을 한다. 전국적으로 회원을 가진 ‘비박’ 동아리를 운영하는 이기송 씨는 특히 언론사의 지리산 취재 등이 있으면 가이드를 주로 맡는다. 이가영 씨는 녹차를 생산하면서 하동야생차박물관의 다도 선생님이고, 이문영 씨는 교량공사 전문가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면 살아온 이야기를 떠들썩하게 하며 1시간가량 논다. 그 후 기분이 엄청 좋아진 상태가 되면 필자가 김동혁 씨에게 먼저 이백의 ‘월하독작’과 두보의 ‘등악양루’를 읊어보시라고 권한다. 농담을 잘 하는 김 씨는 판소리 가락으로 멋들어지게 뽑는다. 흥을 살리는 것이다. 그런 다음 돌아가면서 읊어보시라고 하면 웃고 키득대면서 아이들 마냥 즐겁게 읊는다. 그렇게 한시 창작 공부를 하다 보면 원래 두 시간 계획으로 시작한 게 서너 시간은 금세 가버린다.

이들은 공식적인 ‘자작 한시 읊기’ 행사를 갖기 전에 모두 쌍계사 뒤 계곡인 내원골로 올라가 지팡이로 장단 아닌 장단을 맞추며 한시를 읊는 연습을 하고, 수시로 모여 또 읊곤 했다. 마침내 지난 3월 15일 오후 6시 화개골에 있는 카페 호모루덴스에서 목압서사 주최로 ‘제1회 자작 한시 읊기 대회’가 열렸다. 카페 문경숙 사장은 “관광지화 돼 있는 화개골에 소위 ‘먹물’ 냄새가 나는 행사가 열려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며 무료를 장소를 빌려줬다.

1부에서는 7명이 서산대사의 ‘불일폭포’ 등 화개골을 주제로 고려·조선 시대 문사들이 지은 기존의 한시를 차례대로 읊었고, 2부에선 각자가 지은 오언절구와 칠언절구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시들은 한시 작법에 맞게 운자를 사용했고 평측(平仄)을 맞춘 것으로 수준이 예상보다 상당했다. 이기송 제1기 한시연구회장은 “나이 들면서 옛 선조들의 읊던 한시를 직접 지어보니 삶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생각하게 되고, 여생도 보다 진지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