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일까?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라는 엄연한 사실에 일본 외교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는 “육안으로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부속도서이냐”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섬의 동쪽 끝에 서면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명한 날 해오름 무렵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나브로 사라져 버리기에 독도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기자도 울릉도를 찾을 때면 매번 여명 속 바닷가 언덕을 오르곤 했지만 수평선 너머 두터운 구름의 심술에 가려 독도를 마주할 수 없었다. 지난 주 독도 수중생태계 취재를 위해 울릉도에 며칠간 머물렀을 때도 매일 새벽 언덕에 올랐다. 일정 마지막 날이었던 10월12일.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수평선은 여전히 구름과 맞닿아 있었다. 아쉬움과 간절함에 목청껏 독도를 불렀다. 순간 ‘나 여기 있소’ 라고 화답하듯 힘차게 구름을 밀어 제친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아한 아침,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메아리에 화들짝 놀란 구름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장엄하고도 고운 햇살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박수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