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 등 쉽게 풀이해 출간
“어려운 법문을 고치지 않는 것은 법률가의 갑질이다. 한글 창제에 깃든 애민정신을 본받아 쉬운 소통이 가능한 법조문을 만들자.”
8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만난 하태영(사진·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월 ‘우리들 의료법’에 이어 지난 5월에는 ‘우리들 생명윤리법’을 잇달아 출간했다. 모두 하 교수의 법률 문장론이 담긴 책이다. 국어문체에 맞는 법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집필했다. 내년에는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을 다룰 계획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귀중한 순간을 다룬 법인 만큼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행 법령은 독일문체를 옮긴 만연체에다 외국어와 조사투성이이다. “로스쿨 학생조차 적응기를 가져야 할 정도”라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제시하는 순화 요령은 간단하다. 짧은 문장을 쓰고 불필요한 조사는 빼라는 것이다. 일례로 현행 생명윤리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은 긴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법은 인간과 인체 유래물 등을 연구하거나,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 교수는 이 문장을 4개의 단문으로 나눈 뒤 각 문장에 번호를 부여하기만 해도 이해가 쉽다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법령용어는 전문어라 복합적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아 순화 과정에서 의미 왜곡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 교수는 “법률가들이 권위를 지키기 위해 내세우는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언어의 기본은 소통이다. 법 또한 국민과 쉽게 소통하도록 순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지난해 논문 ‘대법원 판결문에서 법문장 문제점과 개선방안’으로 대법원의 권위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쉬운 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독일은 통일 후 서독법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동독 주민은 큰 불편을 못 느꼈다. 입법자부터 ‘법은 쉬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가오는 남북협력 시대에 맞춰 북한 주민이 우리 법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법조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갈무리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